강재섭 “여당, 끗발 안 난다고 화투판 섞어서야…”

  • 입력 2006년 11월 20일 11시 39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시도하는 자체를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은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모든 과오를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을 촉구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시도하는 자체를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은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모든 과오를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을 촉구했다.
5당 대표 릴레이인터뷰 ④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여당의 정계개편은 화투 치다가 끗발이 안 난다고 화투판을 섞어 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나 다름없다. 열린우리당은 그 이름으로 후보를 내서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국민에게 심판받아야 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여당發 정계개편’을 ‘대국민사기극’으로 규정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시도하는 자체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5당대표 릴레이인터뷰
① 국민중심당 신국환 공동대표
②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③ 민주당 한화갑 대표

강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가진 동아닷컴 조창현 기획취재팀장과의 대담에서 “여당發 정계개편은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한 용틀임이 아니라 이념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헤쳐모여서 오로지 정권창출에만 골몰하려는 행태”라며 “이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감정을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대표는 ‘고건 신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정치철학보다는 ‘대목장이 섰으니 이참에 나도 한번 장사해보자’는 심보로 ‘내 밑으로 와라’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3金 부활론’과 ‘이회창 정계복귀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대중ㆍ김영삼ㆍ김종필’ 이른바 ‘3金의 정치적 행보’ 에 대해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결코 부활하지 못한다”고 단언한 뒤 “대선주자들은 그분들을 선거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서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두 번이나 했다. 당에 애정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이길 바랄 뿐”이라고 직언(直言)했다.

특히 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정치적 행보를 강한 어조로 맹비난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적인 행보를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더구나 그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정계개편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라면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보는 더 이상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대표는 지난 12일 “여당이 국민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뽑는데 우리만 ‘체육관’에서 후보를 선출한다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경선구도를 비판한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린 이미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도 너무 오버해서 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체육관 선거’라고 하는데, ‘체육관 선거’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대통령을 뽑은 거 아니냐. 이해가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여당發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어떻게 봐야하나.

“그동안 집권자 중심으로 정권 창출을 위해서 정당이 급조됐다가 사라지곤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 새천년민주당 등으로 내용은 같은데 간판만 바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총재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행태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를 지양하고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용틀임을 해야 한다. 색깔이나 정책에 따라서 정치가 재편돼 미국이나 영국처럼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의 정계개편은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한 용틀임이 아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만 골몰하고 있다.”

-여당의 정계개편 의도가 불순한건가.

“화투 치다가 끗발이 안 난다고 화투판을 섞어 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나 다름없다. 또 아파트 건설 지역에 ‘떴다방’ 차려놓고 실컷 챙겨 먹은 뒤 튀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국민사기극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은 그 이름으로 후보를 내서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국민에게 심판받아야 한다.”

-여당이 ‘헤쳐모여’해 만들 ‘통합신당’이 성공하리라고 보나.

“성공 확률이 거의 없다. 이념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오로지 정권창출을 위해서 헤쳐모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감정을 악용하려는 것일 뿐이다.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시도한다는 자체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새천년민주당은 천년 가겠다고 했는데 열린우리당은 처음부터 포부가 작았나 보다. 정치는 백성들 배부르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면 되는데 여당은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계속 편을 갈라서 싸움 붙이고, 부동산 실패하고, 코드인사에 ‘배 째라’ 인사까지…. 백성들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전부 춥고 배고프다. 하물며 ‘잘못했다’는 인식조차 없다. 계속 잘했다고 말 쏟아내며 국민 약만 올리니 망할 수밖에 없는 거다.”

“흘러간 물(3金)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행보가 활발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 회동 뒤에는 부산, 공주 등지를 방문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은 국가 원로로서 국가를 경영해온 경륜을 바탕으로 국민을 통합시키는 구심점이 돼 준다든지, 서민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한다든지, 이래야 되지 않겠나.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 행보를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더더구나 그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정계개편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라면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보는 더 이상 안 했으면 한다.”

-DJ의 행보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가세하고 있다. 이를 두고 ‘3김(金)’이 부활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결코 부활하지 못한다. 대선주자들은 그분들을 선거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 대권후보들이 전직 대통령에게 의존하려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지역에 빌붙어 표를 모으겠다는 심산이다. 그분들을 존경해서 찾아가면 좋은데 실상은 그분들의 지역 기반을 활용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거다. 그러면 안 된다.”

-때마침 ‘이회창 복귀론’도 대두되고 있다.

“나도 떠돌아 다니는 얘기는 들었다. 정계 복귀를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두 번이나 했다. 당에 애정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이길 바랄 뿐이다.”

-고건 전 총리가 “12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고건 신당’ 어떻게 보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철학과 대통령 후보관을 갖고 자기 몸에 맞는 둥우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열린우리당ㆍ민주당 의원들을 긁어모아서 가만히 앉아 공으로 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치철학보다는 ‘대목장이 섰으니 이참에 나도 한번 장사해보자’는 심보로 ‘내 밑으로 와라’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바람직하지 않다.”

“중립은 말이 안 된다. 대선후보 줄서기는 인지상정”

-당내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이론이 분분하다. 여당식 ‘오픈 프라이머리’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하려는 경선 자체가 ‘오픈 프라이머리’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이 어떤 정당의 후보를 뽑는데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참여하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린 이미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너무 오버해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체육관 선거’라고 하는데, ‘체육관 선거’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대통령을 뽑은 거 아니냐. 이해가 안 된다.”

-당내에서 ‘대선후보 줄서기’를 막기 위해서는 여당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치인은 정치를 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선후보와 가까이 지내고, 그 사람이 어디 가면 수행하고, 그런 건 관계없는 거 아닌가. 또 줄 서지는 게 당연하다. 이는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정치권력에 관한한 그렇게 돼온 거다. 완전히 증류수처럼 깨끗하게 중립으로 있으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당내 빅3 서로 날이 서는 게 당연”

-한나라당은 소장파부터 보수의원들까지 이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그래서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도 자주 제기돼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나는 거꾸로 한나라당이 너무 조용해서 탈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은 집 자체를 무너뜨리고 새판을 짜겠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데, 우린 너무 조용하다. 당내에서 우익은 우익대로 목소리를 내고, 또 그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비판하고…. 그런 토론이 활발해야 한다. 정당은 조용하면 썩기 마련이다. 시끄럽게 흙탕물도 일으키고 해야 정화도 된다.”

-당내 대선주자인 ‘빅3’가 상호 정책을 비판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과열양상 조짐도 보이고 있는데….

“적어도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날이 조금 서야 되는 거 아니냐.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고 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라는 강자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노 정부는 ‘자주’ ‘민족끼리’라는 구시대적인 용어를 써가며 미국과 결별하려는 태도만 취했다. 공허한 논리에만 젖어있다 보니 한미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온 거다.”

“찬바람을 맞아 봐야 햇볕이 따뜻한 줄 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 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해 한 말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같은 거다. 채찍과 당근을 같이 써야 하는데, 당근 일변도로만 갔다. 그래서 실패했다.”

-채찍을 안 써서 실패했다고 보나.

“북한이 정신을 좀 차릴 때는 채찍을 썼을 때다. 국제 사회가 공조해서 북한을 견제했을 때 북한은 항상 좋게 나왔다. 우리가 소련과 중국이랑 수교하고,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됐을 때 합의가 나오고 남북대화 하자고 달려들고…. 찬바람을 맞아 봐야 햇볕이 따뜻한 줄 아는 것이다.”

-정ㆍ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및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일치시킨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미국처럼 중간선거가 있어야 정책 노선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어떻게 든 판을 자꾸 흔들고 싶기 때문에 개헌을 하고 싶을 거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금 하자고 얘기해봤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나라만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는 게 낫다.”

-노무현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노 정권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을 ‘서른다섯 번’이나 바꿨다. 이건 완전히 ‘땜빵식’이다. 기본적인 방향이 잘못된 거다. 부동산도 경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시장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 코드 인사 비슷하게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니 되겠냐.”

대담 조창현 동아닷컴 기획취재팀장

정리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사진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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