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18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이른바 ‘빅3’와 지난 17일 경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당 내에는 이들 외에 3선의 권오을 의원, 최근 ‘반값 아파트’로 주가를 올린 홍준표 의원, 재선의 임태희 의원, 김태호 경남지사 등이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회창 전 총재까지 정치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10龍(룡)이 대권을 위해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빅3’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편은 가시화된 후보조차 없는데 한나라당은 1년 전부터 ‘빅3’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너무 일찍 선거가 시작됐다”며 “내년 대선까지 그들에게 초인적인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더 좋은 후보가 등장해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빅3’의 과거회귀적인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내년 대선은 ‘올드’(old)와 ‘뉴’(new), 즉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봐야한다. 최근 일어난 ‘문건’ 파동을 보면 ‘친李계 몇 명’, ‘친朴계 몇 명’ 하는 식으로 의원들을 분류해 놨다. 그런 줄 세우기·사당화는 없어져야 할 정치 풍토인데도 ‘빅3’ 중 어느 누구도 ‘난 앞으로 이런 걸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분이 없다. 더 이상 그런 정치는 안 된다.”
그는 “그들은 개발독재 시대의 패러다임과 뉘앙스를 같이하는 면이 꽤 있다”며 “전시작전권, 북한 핵문제, 이라크 파병 등과 관련한 정책이나 말들에서 여전히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당내 취약한 기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전면적인 오픈프라이머리’를 들었다. 그는 “최소한 여당과 비슷한 수준의 ‘오픈프라이머리’를 해야 한다”며 “자기 당의 대의원 몇 명 불러다 놓고 (대선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뽑아야 (상대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선거는 결국 2%로 당락이 경정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확실시되는 게임에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소장파 출마자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책 등 어떤 차원으로든 ‘협력적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협력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자’로 고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경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경선출마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건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깃발을 들었으니 따라오라는 건 시대적으로도 맞지 않고, 힘을 얻지도 못한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왔나.
“내년 1월 정식으로 발족할 ‘디자인 코리아’라는 단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설계’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 왔다. 세미나도 7~8회 개최해 평화로운 나라,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 문화대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행복국가 패러다임’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디자인 코리아’를 고 의원의 ‘싱크탱크’로 보면 되나.
“150여명 정도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 중견들이다. 정치권은 가급적 배제하자는 원칙을 세워서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고 의원께서는 최근 “‘빅3(이명박·박근혜·손학규)’로는 2%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내년 대선은 ‘이슈’ 대결도 있겠지만 ‘올드’(old)와 ‘뉴’(new), 즉 ‘과거’와 ‘미래’의 대결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빅3’는 ‘과거’적인 행태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최근 발생한 ‘문건’ 파동이다. ‘친李계 몇 명’, ‘친朴계 몇 명’ 하는 식으로 의원들을 분류해 놨는데, 그런 줄 세우기·사당화는 없어져야 할 정치 풍토다. 그런데 ‘빅3’ 중 어느 누구도 ‘난 앞으로 이런 걸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분이 없다. 오히려 그런 현상이 가열되고 있을 뿐이다.”
-빅3가 ‘올드’에 속한다는 말인가.
“개발독재시대의 패러다임과 뉘앙스를 같이하는 면이 꽤 있다. 최근에 나오는 정책이나 말들은 그런 쪽에 상당히 치우쳐 있다. 냉전이 종식된 지 17년이 지났는데도 당의 주요 인사들은 남북관계나 외교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시작전권,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 등 평화와 관련된 대응책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럼, ‘빅3’로는 승산이 없는 건가.
“대선은 결국 51대49의 2% 싸움이다. 조금 부족하니까 채워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더 좋은 후보가 등장해서 경쟁해야 한다. 지금 가시화된 상대 후보가 없는데, 한나라당은 선거 캠페인이 너무 일찍 시작됐다. 1년 전부터 ‘빅3’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내년 대선까지 그들에게 초인적인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최근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이 총재로 상징됐던 ‘구태의 이미지’를 없애고자 몸부림쳐왔다. 이 총재 복귀는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자는 건데 몇몇 의원 빼고는 당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국민에게 이야기할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이 전 총재에 대한 빅3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어느 시점이 돼서는 불가피한 수용 입장을 보이고, 최근에는 ‘묵묵부답’이다. 그들은 국민 지지와 표를 얻는데 (이 총재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입장을 단호하게 표명해야 한다. 그들이 부담을 가진다면 일반 의원들은 훨씬 더 많은 부담을 갖지 않겠나.”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은 14일 “서민과 중산층의 근로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본인의 뒷이야기가 다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이르다. 선거를 위해 국민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는 ‘이슈’를 준비하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은 경계해야 한다.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갈 분인데 자극적인 요소로 승부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고 의원과 원 의원은 소장파로 분류된다. 손학규 전 지사와 성향이 비슷한데 경선에 출마할 경우 지지층이 겹치는 거 아닌가.
“정책 등 어떤 차원으로든 ‘협력적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방적인 마인드로 경선에 임한다면 서로 배울 게 많지 않겠나.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협력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장파 의원들의 경선 출마에 대한 당내 반응은 어떤가.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식으로 말하는 분도 있고, 활기를 불어넣어 줄 거라고 기대하는 분들도 있다. 곧이곧대로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줄서기가 관행화돼 있기 때문에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다른 균형과의 관계 속에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할 듯한데,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선거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확실시되는 게임에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여당과 비슷한 수준의 ‘오픈프라이머리’를 해야 한다. 자기 당의 대의원 몇 명 불러다 (대선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뽑아야 (상대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은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파가 중재에 나서는 양상을 띠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국민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는 전혀 논의도 없고, 어디로 가야겠다는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이 잘 정비돼야 한나라당도 선진화된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된다. 그것이 곧 한국 정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 입당을 타진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하는데….
“여당 의원들에게 물어봤더니 ‘황당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팩트(fact)’를 가지고 말해야지 지나가는 말로 툭툭 던져서는 안 된다. 인권적인 요소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나.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상대 후보는 아직 결정도 안 됐다. 그런데 이쪽은 벌써 집권한 것처럼 줄을 세워놓고 자리 보장이니 공천 보장이니 하는 이야기가 오가고…. 현재의 지지도로 모든 게 결정됐으면 하는 건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