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PD “正道위해 황우석 백번 더 죽일 수도 있다”

  • 입력 2006년 12월 21일 10시 16분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
신동아 1월호 인터뷰에서 밝혀

“‘황우석을 죽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백 번 더 죽이라고 하면 백 번 더 죽이죠.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로 섭니다. 그게 정도(正道) 아닌가요.”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은 18일 발매된 ‘신동아’ 1월호(2007년)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교수 의혹 보도’에 대해 “줄기세포가 진짜라는 증거가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 팀장은 ‘황 교수의 연구 결과’는 “거짓과 허위로 덮여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복제 젖소 영롱이부터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한 뒤 “제보자 K(PD수첩팀은 제보자를 이렇게 부른다)가 선배들에게 ‘영롱이’ 논문에 대해 물어보니 ‘논문은 없다. 영롱이는 가짜’라고 이야길 했다”며 “그 얘길 듣고 황 교수에게 ‘영롱이를 검증하자’고 했고, 영롱이 체세포를 하나 받아와서 핑거프린팅을 해봤는데 유전자 지문 자체가 안 나왔다. 황 교수가 뭔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복제 한우 ‘진이’도 상당히 문제가 있는 걸로 안다”며 “역시 논문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백두산 호랑이 복제’에 대해서는 “하겠다고 공언만 한 뒤 계속 언제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그만뒀다”고 했고, ‘광우병 내성소’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광우병 내성소’는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라며 “유럽은 미국산 GMO(유전자변형식품) 농산물도 수입 안 하는 판인데 유전자에 변형을 가한 광우병 내성소가 엄청난 국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홍보하며 국민에게 환상만 심어줬다”고 질타했다.

최 팀장은 ‘황 교수 연구의 난자 의혹’에 대해서는 “K가 난자 장부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다”며 “실험 과정에 쓰인 난자는 몇 개고, 출처가 어디고, 심지어 연구원이 제공한 난자라는 것도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가 난자와 관련해서 했던 발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며 “그걸 보고 ‘난자와 관련해서 황 교수가 이렇게 틀린 이야기를 했다면 줄기세포가 가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최 팀장은 ‘외압’과 관련해 “2005년 12월 3일 전직 장관을 만났는데, 그날 그는 분명히 ‘방송하지 말라, 취재윤리 어겼잖냐. 위험하다. YTN에서 미국으로 취재하러 갔다’고 했다”며 “그런데 그 다음날 정말로 YTN에서 김선종·박종혁 인터뷰를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결국 PD수첩은 고꾸라지고 방송도 중단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일련의 과정에 ‘공작 냄새’가 상당히 짙다”며 “그 당시의 정치적인 역학 관계와 공작 여부를 반드시 밝혀 내겠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황 교수의 정치 커넥션’을 규명하는 데에도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당시 ‘니들이 그렇게 하면 노벨상이 없어진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황 교수가 노벨상을 타도록 해서 정치에 이용하려고 얼마나 노력했겠나. 현 정권이 가장 많은 노력을 했을 테고, 한나라당도 꼭 자유롭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역설했다.

최 팀장은 취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PD수첩에 있으면서 대형교회나 언론, 재벌과도 싸워보고,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다뤄 ‘빨갱이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 등 온갖 험악한 취재는 다 해봤다”며 “그런데 그런 것들은 황 교수 건과는 비교가 안 된다. 황 교수 건은 4999만 명이 ‘방송하지 말라’는 것이고 ‘용기 있다, 방송해라’는 목소리는 정말 듣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최 팀장은 황 교수에 대해 “‘황우석’이라는 사람의 본질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라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이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거짓말에 놀아난 국민들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그 사람이 하는 거짓말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너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최 팀장은 국민들이 받은 충격에 대해 “PD수첩팀이 국익을 훼손한 것을 섭섭하게 여기는 건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황 교수가 유일하게 고유 기술을 갖고 있어서 그가 연구를 못하게 됨으로써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잖냐”며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건 과거에 꿨던 꿈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었던 일이 반드시 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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