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가수 보아의 연 수입은 400억 원, 탤런트 배용준은 380억 원이다. 드라마 출연료는 배용준이 회당 1억 원, 손예진 고현정은 회당 2500만 원선으로 최고 수준이다. 장동건의 영화 한 편당 출연료는 8억5000만원, 원빈은 7억5000만원이고, 가수 비는 12월부터 6개월간 하는 월드투어 콘서트의 계약금으로 100억 원을 받는다.
광고 모델료는 특 A급인 김희선이 1년 전속계약에 12억 원, 다음으로 김윤진 미셀 위 김태희 이영애가 10억 원 선을 기록했다. 전지현 이효리는 각각 8억 원을 받았다. 인기 MC인 유재석과 강호동의 쇼프로 출연료는 회당 1500만 원 선이다. (이상은 취업포털 ‘사람인’의 추정치)
돈이 스타를 따라다닌다. 일반 샐러리맨들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재계 인사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연봉 120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92억4000만 원과 비교해도 엄청난 액수다.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연봉 1억 원’이 초라할 정도다. 이쯤 되면 ‘스타 파워=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80년대 미국에서 등장해 지명도가 높은 스타가 매출을 늘린다는 ‘슈퍼스타 경제학’은 국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업계‘톱스타 마케팅’ 활발=얼마 전 국내에서 거액의 모델료 지급으로 논란을 빚었던 한 화장품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판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고급 이미지의 톱 모델을 쓸수록 구매자들이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낀다”고 슈퍼스타 경제학을 옹호했다.
서울광고기획 관계자는 “빅 모델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일정부분 먹히는 게 있다”며 “신규브랜드일수록 소비자 타깃이 젊은 층일수록 모델의 파워가 크다. 톱클래스 연예인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수요 공급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들의 파워와 그들의 높은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이윤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이 산업정책연구원 등에 의뢰해 발표한 한류의 경제효과는 4조500억 원이었다. 드라마, 음반 등의 콘텐츠 판매를 포함한 금액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 한류열풍의 촉매였던 ‘겨울연가’ 주인공 배용준의 경제적 효과가 우리나라 1조 원, 일본 2조 원을 합쳐 3조 원이라고 분석했다.
가수 비는 2005년 한 해에 2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속사는 12월부터 6개월간 진행될 월드투어 공연에서 1060억 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2002년 일본을 강타했던 보아의 경제효과는 약 1조 원으로 보고 된다. 지난해 보아는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타 한명 키우는 데 3억 원=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점차 기업화되며 인재 발굴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연예기획사들은 거액의 비용을 들여 신인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연예인 한 명을 키우는데 평균 3억1110만 원이 든다. 가수 비를 키운 JYP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 맞는 가수를 육성하기 위해 노래, 언어, 문화 등 전반에 걸쳐 3~4년간 트레이닝을 하고 3~5억 원의 투자비용을 들인다. 비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타를 중심으로 돈이 모이고 연예기획사가 기업화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스타 거액 몸값 프로그램 제작비 절반 차지=지난 KBS 국정감사에서는 스타의 거액 몸값이 프로그램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KBS 제작비의 63%, MBC의 40%가 출연료였다. 특히 스타의 출연료는 해마다 30%씩 오르고 있으나, 스타가 아니 출연자는 30%씩 내려가고 있다. 스타가 아닌 출연자의 몫이 스타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스타급 연예인들이 제작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탓에 제작 여건이 어려워지고 기타 출연자나 스탭과의 팀플레이를 해쳐 프로그램의 질이 저하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문화산업과 한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음성적 협찬비, 간접광고 등 부작용 초래=제작비 부족은 간접광고(PPL) 남발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간접광고가 일반화되면서 얼마 전에는 간접광고 대가로 금품을 받은 지상파 방송국 PD와 방송 자회사 소품 담당감독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스타의 출연료 상승이 과도한 PPL를 유발하고 PPL은 갖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며 “음성적으로 벌어들이는 협찬비는 톱스타 개런티에 몰래 붙거나 제작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탈세로 이어지는 악순환까지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예기획사의 독주 체제=스타를 보유한 기획사가 대형화되면서 콘텐츠 제작과 배급, 유통에 참여하자,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스타파워가 곧 연예기획사의 파워다. 유명스타를 중심으로 작품의 제작방향, 투자, 간접광고, 작품내용,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간섭하고 있어 ‘기획사 공화국’이 됐다”며 “제작환경에 큰 공헌을 하지 않은 기획사가 과도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은 공정거래, 문화다양성에 비춰 봐도 문제다. 미국처럼 제작사와 유통사, 연예기획사 간에 한계를 둬 법적으로 독과점을 규제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방송계 권력 중심이 PD에서 스타로=연예기획사가 스타급 연기자 출연을 미끼로 드라마 제작사에 직접 PD를 지명하거나 공동제작과 자사 소속 신인배우의 배역을 요구하는 등 영향력을 끼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양문석 사무처장은 “PD들도 스타에게 찍히면 끝”이라며 “톱스타들이 촬영 현장에게 비상식적인 태도로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간섭한다. 같은 소속사 후배를 끼워 넣기 위해 다른 기획사 선배를 쳐내거나,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중견 배우를 잘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톱스타의 개런티를 맞추기 위해 현장 스텝들의 고혈을 짜내고 소품과 장비를 줄이고 있으니 전반적인 드라마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지상파3사 단막극의 활성화 및 동시간대 방영 △드라마 편성 수 줄이기 등을 제시했다.
◇주가조작 혐의 등 ‘머니게임’=또한 뚜렷한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유명배우를 내세워 증권가에서 ‘머니게임’을 벌이는 일도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우회 상장을 통해 문화산업과는 상관없는 코스닥 등록업체와 이종교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우회상장은 연예인의 이름을 빌려 단기간의 주가 상승을 꾀하는 경우가 많아 한동안 증권계에서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 유명탤런트 H양은 지난해 5월 T엔터테인먼트 지분 66만5000여주(11.67%)를 확보했다가 팔아치워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스타의 수익창출 능력이 과대 포장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모기업 바이아콤은 14년 간 25억 달러를 벌어다 준 톱 배우 톰 크루즈와의 파트너 관계를 청산했다.
노웅래 의원은 “문화산업에 있어 스타의 영향력이 커지자 드라마나 영화 등 창작 활동에 기여하지 않고 상업 광고나 행사, 증권 투자 등으로 손쉽게 수입을 올리게 된 점도 부작용”이라며 “스타들의 몸값을 외국처럼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화여대 김상택 교수에게 들어본 ‘슈퍼스타 경제학’
1. 소수의 스타들이 고액을 받는 이유.
매스컴이 발달하면서 분야별로 누가 최고인지 금방 판명이 되는 시스템이 됐다. 과거에는 1등 목수가 100을 받으면 2등 목수는 90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1등과 2등이 생산하는 게 주는 즐거움의 차이를 알게 됐다. 사람들은 2등을 2번 보는 것보다는 1등을 한번 보는 걸 좋아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되니까 1등과 2등이 가져가는 몫의 차이는 엄청나게 된 것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2등 그룹의 선수들의 실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은 굉장히 크다. 소비자들이 원하고 그 바람을 반영하는 매스컴이 있기 때문에 슈퍼스타들은 경제적인 파워를 갖게 되는 것이다.
2. 슈퍼스타 개런티 독식은 타 연예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크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계에 들어가서 상금으로 받아간 돈이 많다. 그럼 다른 선수에게 돌아갈 상금이 주니까 타이거 우즈를 다른 사람이 미워하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왜냐면 그가 골프계에 들어옴으로서 다른 스타들도 혜택을 봤다. 진정한 슈퍼스타라면 판을 키운다.
3. 한류스타의 경제효과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가.
효과를 실제로 측정한다는 건 굉장히 공허한 일이다. 한류효과가 전혀 없을 때와 나타날 때와 우리나라 수출이 얼마 늘었는지는 전부 합산해서 계산해야 한다.
한류 효과는 경제현상이라기 보다는 사회현상이다. 그동안 한류만 생긴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여건도 변했다. 한류 때문에 생긴 게 얼만 지 경제적으로 증명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짐작컨대 우리 문화가 외국에서 친근감을 준다면 우리 물건도 외국에서 좀 더 선호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4. 각 연예 기획사가 연예인 한 명을 발굴하기 위해 평균 3억 원의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점도 고비용 연예산업 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 원리만 얘기를 하자면 진정한 슈퍼스타라면 3~5억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투자를 하고 보니 슈퍼스타가 아닐 때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슈퍼스타를 고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그런 선별안이 없는 연예기획사들은 망하고 말 것이다. 실제로도 망하는 회사가 많지 않은가.
5. 최근 미국에서는 슈퍼스타에 대해 가진 ‘흥행신화’가 잘못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슈퍼스타들을 놓고 학문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그들을 채용했을 때와 안했을 때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스타들이 나왔다. 이들은 다른 말로 하면 ‘슈퍼스타가 아닌’ 것이다. 슈퍼스타가 아닌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대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슈퍼스타 경제학이 끝났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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