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영남권 대표주자인 김혁규 의원은 28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통합신당’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당 의원들이 노 대통령을 비판하니) 감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그런 것뿐이지 전국 정당이 생긴다면 대통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통합신당’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 지도부와 일부 통합신당파 의원들의 ‘잘못된’ 처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정계개편을 추진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당신 나가시오’라고 말하며 기분을 상하게 했다”며 “그러니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니들은 뭐 했냐, 니들은 책임이 없느냐, 왜 나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느냐,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게 다 내 잘못이냐’고 말하려는 감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가 정치 철학이기 때문에 대통합신당이 전국정당으로 발전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을 기분 나쁘게 하면 정계개편에 지장이 있으니, 그런 감정 대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일 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난 후 “DJ와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 또는 열린우리당 당권 사수파측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김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은 당내 대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비(非)한나라당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공감한다”며 “몇몇 의원들이 대통합의 주역이 누가 되느냐, 절차와 방법은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시각을 달리할 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당사수파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수파’ 의원들도 ‘통합신당’에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지지가 10%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당을 사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들(사수파)도 ‘대통합’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출발부터 민주당과의 합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몇몇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고, 노 대통령께서도 ‘도로 민주당’으로 가는 거 아니냐고 나오는 바람에 통합신당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전달됐을 뿐”이라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당혁신파(사수파)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비한라나당 대통합신당’ 창당에 공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동영 김근태 전·현직 의장이 신당을 주도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두 분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해 나가는 걸 과연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분들이 나와서 대통합을 추진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통합신당파 내에서 주장하는 ‘분당’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분당은 반대”라며 “분당이 되면 분당된 두 그룹은 대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2월 전당대회 전의 탈당 혹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난 후 잘되면 서로 같이 가는 거고 잘못돼 그들(당사수파) 기분에 맞지 않으면 분당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영남신당’에 대해서는 “‘영남신당’은 대통령의 ‘전국 정당, 지역구도 타파’ 논리와 맞지 않다”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당내에서 ‘합의이혼’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당의 내막을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아주 복잡하다”며 “말을 잘못하면 평지풍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당 내부 사정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통합신당이나 대통합신당이나 뜻은 같다”면서도 ‘대통합신당’이라는 용어를, “당사수파들은 ‘사수파’ 대신 ‘혁신파’라는 용어를 써 달라고 한다”며 ‘당혁신파’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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