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의원 3일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새해 인사로 큰절을 한 것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이는 데 대해 “괘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시풍속인 설날에 인사하러 가서 세배 올리는 건 당연하지 않나”고 반문한 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큰절을 올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더 오랜 시간 절을 했다”며 “전 전 대통령과 딱딱하게 악수만 하려 했다면 애당초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원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간 의미를 ‘황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찾아뵐 때 황태를 선물로 들고 갔는데, 황태는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양분도 돼 주고 독소도 치유해준다”며 “지금 동서 간, 민주와 독재 간, 남북 간에 악마와 원수처럼 지내면서 서로 마음이 얼어붙어 있는데 이것을 좀 녹여야겠고, 이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게 아니냐는 메시지를 ‘황태’에 담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과거 역사의 상처를 넘어서는 ‘통합정신’이 필요한 시점이고, 내가 그것을 구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전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에게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정치 상황 때문에 정말 저항을 많이 했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당시 정치 상황은 국민에게 상처로 남아 있고, 국가 발전에도 좀 걸림돌이 돼 있다. 과거의 상처를 넘어설 수 있는 화합의 노력과 정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돼 권력을 잡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고 전제한 뒤 “10·26 이후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사령탑에 앉아 의사 결정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돼 정권을 유지하려다 보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고,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많이 시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발전했으니 그런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원 의원은 전했다.
원 의원은 이번 행동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분을 찾아가서 절 한다고 해서 뒤늦게 사부님으로 모시겠다거나 부하가 되겠다는 건 아니잖은가”라며 “이번 행동이 내게 마이너스가 돼도 감수하겠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간 의미는 ‘황태’에 다 담겨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한 시간 정도 이야길 나눴다”며 “김 전 대통령과 북한 핵문제 해법과 통일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 정책을 다투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대선주자끼리 서민주택 문제나 중소기업이 경제 활동을 잘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정책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젊고 미래가 창창한 정치인인 만큼 당장의 유ㆍ불리에 연연해하지 말 것, 국민에게 ‘원희룡’ 하면 무언가가 떠오를 수 있는 인상을 남길 것, 인식공격보다는 뚜렷한 정책을 가지고 승부를 하는 멋진 선거 운동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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