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노태우 대통령에게도 찾아가 큰절하겠다”

  • 입력 2007년 1월 3일 19시 10분


한나라당 원희룡(오른쪽)의원이 2일 오후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을 예방해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 원희룡(오른쪽)의원이 2일 오후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을 예방해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김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김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도 ‘황태’ 들고 찾아가 큰절을 올리겠다. 지금 노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연락해 계신 곳을 찾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의원 3일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새해 인사로 큰절을 한 것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이는 데 대해 “괘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시풍속인 설날에 인사하러 가서 세배 올리는 건 당연하지 않나”고 반문한 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큰절을 올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더 오랜 시간 절을 했다”며 “전 전 대통령과 딱딱하게 악수만 하려 했다면 애당초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원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간 의미를 ‘황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찾아뵐 때 황태를 선물로 들고 갔는데, 황태는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양분도 돼 주고 독소도 치유해준다”며 “지금 동서 간, 민주와 독재 간, 남북 간에 악마와 원수처럼 지내면서 서로 마음이 얼어붙어 있는데 이것을 좀 녹여야겠고, 이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게 아니냐는 메시지를 ‘황태’에 담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과거 역사의 상처를 넘어서는 ‘통합정신’이 필요한 시점이고, 내가 그것을 구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전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에게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정치 상황 때문에 정말 저항을 많이 했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당시 정치 상황은 국민에게 상처로 남아 있고, 국가 발전에도 좀 걸림돌이 돼 있다. 과거의 상처를 넘어설 수 있는 화합의 노력과 정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돼 권력을 잡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고 전제한 뒤 “10·26 이후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사령탑에 앉아 의사 결정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돼 정권을 유지하려다 보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고,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많이 시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발전했으니 그런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원 의원은 전했다.

원 의원은 이번 행동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분을 찾아가서 절 한다고 해서 뒤늦게 사부님으로 모시겠다거나 부하가 되겠다는 건 아니잖은가”라며 “이번 행동이 내게 마이너스가 돼도 감수하겠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간 의미는 ‘황태’에 다 담겨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원 의원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찾아가 세배했다. 그는 세배를 하고난 뒤 김 전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를 간단하게 언급했다.

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한 시간 정도 이야길 나눴다”며 “김 전 대통령과 북한 핵문제 해법과 통일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 정책을 다투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대선주자끼리 서민주택 문제나 중소기업이 경제 활동을 잘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정책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젊고 미래가 창창한 정치인인 만큼 당장의 유ㆍ불리에 연연해하지 말 것, 국민에게 ‘원희룡’ 하면 무언가가 떠오를 수 있는 인상을 남길 것, 인식공격보다는 뚜렷한 정책을 가지고 승부를 하는 멋진 선거 운동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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