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동해→평화海로 하자’ 제의 파장 확산

  • 입력 2007년 1월 8일 15시 19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동해의 명칭을 ‘평화의 바다(海)’ 또는 ‘우의의 바다’로 고쳐 부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노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현안을 풀기 위한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비공식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정부가 ‘동해’ 명칭을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 이후로 한·일간에 동해의 명칭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가 없고 일본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현재 논의하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 발언이 즉흥적으로 함부로 나온 것은 아니며 참모회의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평화의 바다‘ 얘기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책임한 즉흥적 발상’이라며 야당과 시민단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동해의 상징성과 독도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철저한 분석과 전략을 갖고 해야 하는 정상회담에서 즉흥적으로 명칭 변경을 제안한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나라 “동해 역사성 훼손하는 경솔한 발언”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역사적으로 동해 표기가 옳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지 생각하고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문헌 제2정조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족적 자존심과 역사적 사실을 짓밟는 행위”라며 “우리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적에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나도 기이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반크 “노 대통령 발언 일본에 빌미 줄 수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동해’ 이름 되찾기 운동을 펼쳐온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 ‘반크(VANK)’의 박기태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일본에 빌미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일본은 1929년부터 국제기구를 통해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주장한 반면 ‘동해’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며 “반크를 비롯해 누리꾼들이 세계 여러 지도를 조금씩 바꿔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이 노 대통령 발언을 악용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 스스로 ‘동해’ 명칭에 대한 정당성을 훼손 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데 일본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아직도 ‘동해’ 보다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세계지도와 교과서가 더 많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누리꾼 노 대통령 발언 비난 쇄도

노 대통령의 ‘평화의 바다’ 발언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부터 ‘명칭변경’에 대한 인터넷투표를 진행하고 누리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3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반대 의견이 2926명(84.3%)으로 찬성 545명(15.7%)을 압도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ID ‘zeal0318’은 “외교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동해 명칭은 국민정서상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식이면 독도도 공동소유로 하자고 제안해야 되느냐. ‘평화의 바다’는 어느나라 바다가 되느냐”고 따졌다.

‘2song2sy’도 “노 대통령은 이게 안 되니까 저걸로 하지는 임기응변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느냐”며 “대통령 최대의 문제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blue_skiff’는 “전 세계 지도 98%에 ‘일본해-Sea of Japan’이 사용되고 있는 마당에 ‘평화의 바다’라는 명칭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누가 더 손해를 보겠느냐”며 “서로 칼만 갈고 있는 한·일 관계를 청산하고 이제는 화해할 때도 됐다”고 주장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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