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000만원 내고도 대학가야 하나요?”

  • 입력 2007년 1월 26일 14시 07분


미디어다음 화면 캡쳐
미디어다음 화면 캡쳐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입학식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입학식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연간 대학등록금 최고 1000만 원 시대. 거액의 등록금 앞에서 돈 없는 서민들이 울고 있다.

학생은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부모는 보내야 하는지를 울면서 고민한다. 대졸 취업률이 낮아지는 것도 이들의 고민을 부추긴다.

지난 23일 미디어다음 토론 게시판에 ‘대학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한 고등학생의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틀 만에 조회수 1만 4000개를 기록한 이 글은 고민이 가득한 수많은 덧글이 붙으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봉 2400만원인 가정의 경우 대학등록금으로 수입의 40%가 나간다. 교재비, 교통비, 숙식비,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엄청난 교육비다. 대학 4년 동안 등록금을 포함해 자녀 1인당 약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세간의 푸념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 국내 대학의 장학금 제도가 좋은 것도 아니므로 결국 대출을 받아야만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만일 4년 동안 대학교육을 시키는데 총 1억이 든다고 가정한다면, 연평균 2500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 4년을 사회에 나와서 동일한 가치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투자기간으로 볼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전국에 80만 이상의 백수들이 즐비하고 그 중 상당수가 대졸 출신이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직장도 중소기업일 경우 초임 연봉이 2000만원을 넘는 곳은 많지 않다. 지금 대학들이 내놓는 등록금의 현실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여기에 25일 아이디 ‘U-NA’라는 누리꾼이 ‘이제 고3이 되는 한 학생입니다’ 라는 글을 올려 공감을 표했다.

“신문에서 등록금 인상 뉴스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수능이 며칠 남았나 계산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띵하고 등록금 걱정에 아무 생각도 안 든다. 대학이 원하는 사람이 실력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돈 많은 학생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4년 등록금이 4000만원이라면 우리 집은 집을 팔아서 대학을 다녀야 한다. 부모님이 뼈 빠지게 일해서 모아둔 돈이 나 때문에 다 빠져나갈 것을 생각하면 대학을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10대들이 부모에게 가장 바라는 게 ‘경제력’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지금에 보니 돈 많은 부모님 밑에서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소망은 지탄받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누리꾼들도 이들의 글에 공감하며 많은 의견을 내놨다.

“대학 2학년생을 둔 아버지다. 등록금만 들어가나, 1년에 최소 2천만 원도(자취, 디자인재료비, 생활비등) 더 들어가요, 등골 휜다.” (아이디 ‘살구’), “지금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있는 졸업반인데, 4년을 회상해보면 솔직히 돈이 아깝다.” (taylor0), “집안형편이 어려워 국립대를 선택했는데 이번에 등록금을 39% 인상한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사랑해), “언니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등록금 마련하느라 엄마 아빠 밤마다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우리가족은 팔 집조차 없다.”(리틀잠만보ㅋ)

그러나 25일 자신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라고 소개한 29세의 누리꾼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한다”며 두 학생을 설득하고 나섰다. 그는 ‘고졸로서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라는 글을 올려 “사업은 성공했지만 내 평생의 한은 ‘대학 안 나온 것’“이라며 “돈벌레처럼 살기 싫으면 대학에 꼭 가라”고 충고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자영업자다. 공고를 졸업한 뒤 특별한 학력 기술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용직 노가다나 유흥업소 웨이터 정도였다. 유일하게 양복입고 할 수 있는 일은 영업이었지만 다단계 비슷한 형태였다. 결국 6개월 동안 40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 고교 친구들 중에 잘 풀린 케이스는 공장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해 수당 포함 월 110~120 정도 받는 정도였고 이마저도 한 반에 4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답답한 친구들은 공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목표로 뒤늦게 수능에 도전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방학교에 대부분 들어갔다. 군 제대 후 사회에 나오니 대학 졸업장의 위력이 새삼 뼈저리게 느껴졌다. 예전에 아무나 할 수 있던 단순 조립 일도 이제는 모든 구인란에 ‘초대졸 이상’이라는 문구가 붙어 나와 나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사람 구하냐고 전화를 걸고 싶어도 제 자신이 초대졸이 아니기에 전화 걸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25살 아직 창창한 나이, 대학 나온 친구들 보다 몇 년 앞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수중에 1000만원도 못 모았다. 고졸 학력으로는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기에 길어야 3개월, 6개월 이리저리 옮겨 다녀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기엔 나이도 점점 어정쩡해지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중압감에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끽해야 연봉 100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친구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좀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연봉 2000~2500에서 시작했다. 그 때 자본금 450만원을 가지고 모험을 한 것이 지금의 사업이었다. 꿈이 있어 한 게 아니라 고졸 학력으로 정말로 할 게 없어 시작한 것이다. 그간 고생도 많이 했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 성공했지만 대학은 꼭 나오라고 강권하고 싶다. 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하루에 4~5시간 자고 여가 즐길 새 없이 돈벌레처럼 악착같이 살 자신이 없으면 대학을 가라’고 말하겠다. 대졸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고졸로서 산다는 건 예전 고졸이 보편화된 시기에 중졸의 학력으로 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글에는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의 공감한다는 덧글이 이어졌다.

“쓸데없는 졸업장은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아마 20대 초ㆍ중반일 것이다. 30대 초반이 되면 대학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아시게 될 것이다.”(Something real), “저도 고졸자인데 운이 좋아 좋은 직장에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 내 차별 때문에 이번에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나이 마흔이지만 공부 안 한 게 얼마나 한이 되는지 모른다. 자식 보기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석사까지 받겠다.”(Led제플린), “결혼할 때도 고졸은 하나의 장애가 된다. 3류 대학이라도 나와야 한다.” (쌈코), “돈이 없어 고등학교만 마치고 직장 옮겨 다니다가 미래가 걱정돼 일마치고 늦게까지 공부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고졸이라도 노력하면 된다. 기죽지 말자.”(현)

과연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대학을 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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