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일해공원 개명 철회 서명운동’이 벌어져 31일 현재 1만 700여명이 참여했으며 토론장에는 경남도청과 합천군을 비난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광주전남과 경남의 일부 시민사회 단체가 조직적인 반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중항쟁 무력진압의 책임이 있고 △재임 시절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비자금을 받고 △97년 유죄가 확정돼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고 △이 가운데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아이디 ‘adomk’는 “국가에 중한 죄를 지어 백담사에 ‘유배’까지 보내졌던 사람을 합천지역의 상징인물로 삼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차라리 애초에 처벌을 말든가”고 지적했다. ‘jin’(다음)은 “죄인에게 공원을 지어 바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사랑’(경남도청 홈페이지)은 “합천군수는 라디오방송에서 대다수 군민들이 일해 명칭을 찬성한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던데, 합천의 조상들이 개탄할 것”이라며 “군수는 군민들을 더 이상 바보로 만들지 말고, 후손들이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시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과(功過)를 함께 봐야 한다. 서민경제안정, 치안안정, 올림픽 유치성공 등 많은 것을 성공시키고 물러 난 게 전두환이다.(네이버 ‘tjrwjraus1’), “일해 공원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전 전 대통령 시절 합천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발전을 했다(다음 ‘배둘레햄’)와 같은 지지 의견도 일부 있었다.
누리꾼들은 군에서 근거로 내세운 주민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됐다. 합천군은 지난해 12월 읍·면 유관기관장, 단체장, 새마을지도자, 이장 등 1364명을 대상으로 명칭 변경 설문조사를 벌었고, 회수된 설문지 591장 중 가장 많은 302표를 얻은 ‘일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땡전뉴스’(경남도청 홈페이지)는 “35억원에 가까운 도비를 전 전 대통령을 위해 쓰다니, 그에게 아부하라고 기관장으로 뽑아 준 게 아니다”며 “선거철만 되면 민주인사, 민주투사인 것처럼 홍보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다”고 성토했다.
다음까페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에서도 회원 ‘미소천사’(다음 까페 전사모)가 “전체 합천 군민을 대상으로 다시 정확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옳다. 군민들이 원하지 않는 명칭으로 해선 안 된다”며 “전 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할일이 아니다” 고 말해 한 차례 논쟁이 일기도 했다.
14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전두환(일해)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군수와 군의회, 명칭 변경을 묵인한 한나라당 등을 ‘이 시대의 오적(五賊)’으로 규정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천년생명의숲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이날 합천군청 앞에서 회견을 열고 “군민들이 5공 추종세력으로 몰려 국민의 비웃음을 사고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를 쓰게 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일해공원’으로 명칭변경이 확정된 ‘새천년 생명의 숲’은 2000년을 맞아 합천군이 도비 지원을 받아 황강변 5만3000여㎡에 68억원을 들여 만든 인공 공원이다.
29일 합천군은 설문조사 결과와 지명도가 있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일해 공원’으로 명칭 변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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