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시장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차기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구상을 담은 ‘한국 외교의 창조적 재건과 비전’ 을 발표하고 “원칙 없고 일방적인 대북유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동결이 아닌 핵 완전 폐기를 실천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한국은 북한이 ‘자발적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대북 정책은 북한 주민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그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 갈 수 있게 하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협력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가 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택하는 대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한국은 1인당 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시절을 개방과 국제협력을 통해 극복한 바 있고 중국도 그런 성공의 역사를 쓰고 있다”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만 한다면 짧은 기간에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평화통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이 전 시장은 “현 정부 들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이유는 청사진도 없이 기둥부터 바꾸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며 “한미 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이어 △국익을 바탕으로 하는 실리외교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발전된 한미동맹 △아시아 외교 확대 △ 정부개발원조(ODA) 등 12대 경제국에 걸 맞는 국제사회 기여 △안정적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에너지 실크로드’의 구축 △상호 교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코리아’외교 등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일문일답에서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지금 남북 간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 폐기”라며 “그런 중요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두 정상의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반대했다.
그는 ‘김정일이 독재자라는 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를 ‘위원장’이라고 부른 것은 공식적인 명칭이기 때문”이라며 “그가 독재자라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정하고 있고 저 역시 ‘장기 독재자’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의 외교가 너무 과거사에 집착하고 수구적’이라는 일본 산케이 신문 구로다 기자의 지적에는 “현재 한일 관계가 어렵게 된 것은 노 대통령만의 책임이 아니”라며 “일본 측에서도 역사 왜곡, 교과서, 신사 참배 등 현안 문제에 있어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대중국 관계에 대해서도 “동북공정 등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와 우리 국민들이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는 “한마디로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 기한 축소에 관해선 “한국이 군 복무기간을 줄인다면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군복무 축소 발언이 나온 지 2달여 만에 정책이 나왔다. 정부가 얼마나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는 AP, AFP, 로이터 등 세계 3대 통신사를 비롯해 CNN, NHK, 교도통신 등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대거 참석해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