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오늘 4시에 종로에 있었지?” “어떻게 알아?”

  • 입력 2007년 2월 6일 15시 29분


SK텔레콤의 위치정보 서비스 화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내위치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불법적인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위치정보 서비스 화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내위치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불법적인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다.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서비스는 긴급구조와 범인검거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조모 씨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실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게 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불법 위치추적의 피해 = 김 의원실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4월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여성과 서울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부부의 달콤한 신혼 생활은 길지 않았다.

결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씨는 일본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주인공은 조 씨의 부인이 일본에 거주할 때 만났던 옛 애인.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조 씨에게 부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조 씨가 계속 거절하자 이 남성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협박했다. 이 남자는 조 씨의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집과 회사로도 수차례 전화를 했다.

이 남자는 급기야 조 씨의 회사 앞까지 찾아왔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조 씨는 지난해 말 부산으로 급하게 이사했지만 이 남자의 추적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조 씨는 자신의 거주지와 동선이 이 남자에게 노출되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의심했다. 조 씨는 이동통신사에 위치추적 여부를 확인했고, 자신이 신청하지 않은 위치추적 서비스가 등록 돼 있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동통신사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됐다는 말 뿐이었다.

◇개인정보 이용한 불법 추적 = 현재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친구 찾기’ 등 위치추적 서비스는 상호 위치정보 공유를 신청해야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등 개정정보를 이용하면 추적 대상자 몰래 이용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더욱이 이동통신사들이 위치추적 대상자에게 조회 사실을 즉시 알려주지 않아 조 씨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위치추적 서비스는 심부름센터 등에서 불륜관계를 추적할 때도 악용되고 있다. 이들은 불륜 현장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GPS 등 최신 장비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고비용이 부담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는 건당 120원이면 가능하다.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배우자의 위치추적 서비스 등록은 간단하다. 또 배우자 몰래 휴대전화를 복제하면 위치추적 뿐 아니라 도청까지 가능하다. 이 같은 방법들은 모두 불법이지만 인터넷에는 휴대전화 복제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상세한 제작 방법까지 나돌고 있으며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5년 6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복제휴대전화를 직접 시연했던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실은 “휴대전화 복제가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만 있어도 위치추적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이동 통신사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보호는 뒷전 돈벌이만 = 휴대전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지만 관련 업체들의 개인 사생활보호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복제전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말부터 복제와 도청을 방지하는 ‘음성보안서비스’를 도입했다. 음성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이 서비스는 통신사별로 1500~20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뒤늦게 유료 서비스로 보안강화에 나섰지만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1개월간 이동통신사들이 위치추적 대상자에 조회 사실을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현행법을 무시하며 올린 매출은 1400억 원에 달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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