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두산세계대백과사전에서 데이터를 제공받아 네이버 백과사전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은 지난해부터 고구려 드라마 열풍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시조 동명성왕부터 보장왕까지 고구려 왕들의 인물설명에 초상화 이미지를 곁들였고 이에 따라 네이버 역시 같은 데이터가 서비스 됐다. 이미지는 두산 측에서 독자적으로 제작한 것은 아니고 ‘소서노’ 동상으로 유명한 충북 음성군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에 전시돼 있는 그림을 촬영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 영정이 고구려사를 중국 소수민족의 변방사로 홍보하는 등 중국 동북공정의 ‘전초기지’로 알려진 지안시박물관에서 전시하던 고구려 왕들의 초상화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6일 오후 두산은 고구려왕 28명의 영정을 전격 삭제했다. 이날 저녁에는 네이버 백과사전 속 이미지가, 7일 오전에는 검색 후 첫 페이지에 나오는 작은 이미지까지 삭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동북공정 전초기지 영정 그대로 베껴와”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영정 속 고구려 왕들의 얼굴과 복식이 ‘중국풍’이라는 것.
고려대 최광식 교수는 “영정 속 고구려왕들은 한족 얼굴을 하고 있으며 의복 역시 중국식”이라며 “고구려 고분 벽화 속 인물과 전혀 상관이 없는 그런 얼굴이다. 일반인 누가 봐도 이들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중국 화가가 상상으로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며 “제 기억으로 지안시박물관은 2004년 재개장 이전까지 이 그림들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누군가 그걸 사와 그대로 베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KBS 차정인 기자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국내 최고 권위의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이 자료를 검증하지 않은 채 그동안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국내에 전파하고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정 그림을 최초 제작한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측은 “고증을 받아 독자적으로 창작한 그림”이라며 “중국식이라는 주장에 동의 못한다”고 주장했다.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설립자 정근희 씨는 “12년 전 역사적인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명지대 H 교수와 이대 교수를 지낸 C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학자들의 도움으로 영정을 만들었다”며 “화가는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국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 중국 지안시 민간에서 떠도는 옛날 왕들의 초상화가 있다고 해 참고하긴 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의 갑옷과 철모, 의상을 토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구나 12년 전 지안시박물관에는 그 같은 영정은 있지도 않았다. 당시는 동북공정도 없었던 때”라며 “오히려 중국 측에서 우리 영정을 베낀 것 같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17년 전에도 지안시박물관은 똑같은 고구려왕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증작업을 위해 일단 조치를 했다”며 “다양한 자료에도 참고 자료로 들어간 적이 있는 만큼 정말로 문제가 있는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논란이 된 점을 인정하고 서비스를 내렸다”며 “동북공정을 전파하기 위해 영정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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