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X파일’ 공개 두고 李-朴 캠프 미묘한 입장차

  • 입력 2007년 2월 14일 18시 18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X파일’ 공개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14일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없는 사실을 왜곡·과장해서 후보를 음해하려는 계획된 정치공작”이라며 음모설을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캠프는 “정 변호사의 독자적인 행동일 뿐 캠프와는 무관하다”면서도 검증 자체를 모략이나 네거티브로 치부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반격했다.

◇정두언 “‘X-파일’ 사실 아니라면 박근혜 캠프가 책임져야”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대업(정인봉 변호사 지칭)의 ‘X파일’ 공개는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정치공작”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정 변호사뿐만 아니라 박근혜 캠프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박 대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업처럼 녹취록이 있다느니 하며 허위 사실을 날조할 수도 있는데, 이 전 시장 캠프에서 모르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다 만들어낸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도 “우리가 검증한 범위의 내용일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확인하지 못한 내용일 경우에는 허무맹랑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없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사실을 왜곡 과장해서 음해하는 내용일 때는 법적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중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자체 검증을 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정 변호사가 그 어떤 사안을 꺼내들더라도 자신있다”고 덧붙였다.

◇유정복 “검증의 본질을 흐려선 안 돼”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의원은 “사퇴도 ‘이명박 X파일’ 공개도 정 변호사의 독자적인 판단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 기획된 음모니 모략이니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박 대표가 직접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몇 차례 말렸는데도 안 듣는다”며 “본인이 사퇴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걸 어떻게 말리느냐”고 말했다.

그는 “캠프 내에서 ‘X파일’ 공개에 대해 약간의 입장차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검증 문제를 제기한 유승민 의원이나 정 변호사는 모두 캠프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 변호사가 공개할 ‘X파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정 변호사가 캠프의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며 “그가 공개할 내용이 사실이든 허위이든,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정 변호사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검증 자체를 모략이나 네거티브로 치부해 검증의 본질이 희석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 내외에서 어느 누가 검증을 제기하든 검증의 본질이 덮여진다면 결국 한나라당은 위험부담을 안고 대선에 임하게 된다”며 “각 후보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 대선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이날 “15일 법률특보직을 사퇴한 뒤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 전 시장의 검증론을 제기한 것으로 인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윤리위에서 (나를) 징계할 사유는 없다”고 반발하며 “윤리위가 열려 출석하게 되면 거기서 말할 정보가 새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 전 시장에 관한 자료를 당내 경선준비위원회에 제출하고 검증 논란에서 “손을 떼라”는 지도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료를 자체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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