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 1년이 지난 지금 또 하나의 비슷한 사건이 밝혀져 세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른바 ‘과자만 먹는 아이’, ‘성우 작은 엄마’ 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 수위에 오른 사건이다.
잇따른 사건에 미성년자 법정 후견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모를 잃은 아이를 돌보는 후견인들이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
“성우 숙모 실명 공개되고 동네에서도 다 알게 돼”
지난 13일 밤 방송된 SBS의 프로그램 ‘SOS24’에 따르면 삼촌 부부는 부모를 잃은 8살 어린이 성우(가명)를 맡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밥 대신 억지로 과자만 먹였다. 더구나 성우 아버지의 유산인 1억 4700여만 원의 보험금과 국가보조금 39만원까지 삼촌 부부가 관리하고 있었다.
성우 사건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는 삼촌 부부를 처벌하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관할 경찰서는 “형의 보험금을 가로채기 위해 아이에게 과자만 먹여 빨리 죽게 하려는 것”, “살인미수 죄로 부부를 처벌해야 한다”는 빗발치는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관할서 여성청소년계는 아예 모든 직원들이 성우 사건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특히 성우에게 과자만 먹인 작은 엄마는 실명과 주소가 일반에 공개돼 이웃의 손가락질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역 관계자는 “그 집이 풍비박산 났다. 동네에 소문이 다 났다”고 말했다.
경찰 “삼촌부부 처벌 않기로 한건 아냐”
당초 일부 언론을 통해 ‘법규가 없어 성우 작은 엄마는 처벌을 못한다’고 보도됐으나, 16일 경찰에 확인한 결과 그렇지는 않았다. 사건에 쏠리는 눈이 많아서인지 강릉시청과 강원도 경찰청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성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을 한 대 쳐도 적용할 법규가 있는데, 어떻게 아동 학대 건에 적용 법규가 없겠는가, 성우 사건은 삼촌 부부 처벌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라며 “현재는 사건이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방송 전에는 방송국 관계자와 지역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입건보다는 좋은 쪽으로 해결하자고 전해와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우의 경우 다행히 부모의 유산이 삼촌 통장에 있으나 아직 유용되지 않았고, 월 40만원 정도의 위탁비도 방송 전 성우 명의 통장으로 돌려줬다.
그는 “성우가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삼촌이 보관하던 성우 부모 유산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후견인이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 울리는 후견인 막기 위해 사전 감독 절실”
이런 가운데 ‘후견인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법상 미성년자가 부모를 잃을 경우 직계 혈족 가운데 연장자가 법정 후견인으로 우선 지정된다. 후견인의 업무는 친족회가 감독하지만 실질적으로 친족회 구성도 어렵고 수시로 동의를 받기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후견인을 견제할 만한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후견인인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을 처벌해 달라며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방송 보도된 여대생의 사연도 이와 비슷하다. 여대생은 성년이 되면 받기로 했던 억대의 부모 유산을 돌려받지 못한 실정. 형사상 친족상도례상 친족간 재산 범죄의 처벌이 어렵다. 친족상도례에 적용받지 않는 친척의 경우 아이가 성년이 된 후에는 공소시효를 넘겼을 수 있어 처벌이 어려웠다. 이 여대생은 결국 지난해 5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아직까지 재산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후견인의 아동 학대는 형사상 처벌은 가능하나, 몇 가지 법률상 맹점이 있다. 아동 전문가 이화숙 연세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성우 사건처럼 단순히 밥을 안준다거나 욕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처벌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누군가가 고소를 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맞은 상처가 확실하거나, 이웃들이 나서서 우는 소리나 학대 현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해야 형사 처벌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후견인들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처벌 관점이 아니라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해 정교한 시스템 마련이 있어야 한다. 서구 선진국처럼 아동에게 밥을 안 주거나 인격적 모독을 하는 학대도 감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일 장안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역시 “공공기관의 감독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국가가 복지 마인드를 갖추고 예산과 조직을 구비해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현재로선 법으로 민사상 후견인 자격을 박탈해도 사후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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