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새댁 김희정 의원 설맞이, ‘입술 부르터도 시장에 간다’

  • 입력 2007년 2월 18일 19시 59분


[릴레이 인터뷰] 여성 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②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14일 부산시 연제구 연천·연동·연일·골목시장(연산4동). 15일 연산·연미새·골목시장(연산3동). 16일 연천·연동·연일·골목시장(연산7동).

설을 앞둔 3일간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의 행보다. 17대 국회 미혼의 최연소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 의원은 당선 후에도 활발한 국정활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 새댁티를 다 벗지 못한 김 의원의 설맞이는 어떨까. 빡빡한 일정으로 서울과 부산을 정신없이 오가는 김 의원을 억지로 잡았다.

- [릴레이 인터뷰] 여성 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당에서 갑자기 호출해서 부산 일정도 다 미루고 비행기 타고 왔다니까요. 정말 시간이 없어요. 입술 부르튼 거 안보여요. 좀 살려줘요(웃음)”

체력이라면 자신 있다던 김 의원도 살인적인 일정에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정말 입술이 부르트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혼도 그렇지만 국회의원 되고 나서는 설맞이가 더 바쁘죠. 전에는 우리 가족들 챙기고 부모님 도와서 음식 준비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국회의원 되고 나니 가족이 셀 수도 없이 늘었어요. 특히 설에는 지역구 어르신들 춥지는 않게 지내시는지 더 마음이 쓰이고,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경기가 어떤지 일일이 체크하다 보면 이렇게 입술까지 부르트고 그래요.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인데 안 챙길 수가 있나요”

가정이 있는 여성 국회의원들은 명절 때마다 집안일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김 의원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결혼하니까 가족들 이름 외우는 것들도 힘들었어요. 어르신들이야 어렵지 않은데, 시댁 쪽에는 처음 보는 조카들이 너무 많아서 놀랬죠. 갑자기 얼굴과 이름을 맞추지 못해 난감했어요. 그래서 남편하고 함께 가계도를 그려가면서 공부했어요.(웃음) 지금은 이름·학교·나이 학교까지 다 기억해요.”

김 의원은 또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한 장보기를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명절 때는 여자들이 장보고 음식 하잖아요. 결혼하기 전에는 저도 집에서 다 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도 시장에서 제수용품 사는 일은 제가 다 합니다. 재래시장을 10곳이나 돌아다니며 장보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겁니다. 피곤하다가도 시장에만 가면 이상할 만큼 힘이 나거든요. 지역 경기는 어떤지, 상인들이 불편한건 없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고 여기에 장까지 보니까 더욱 좋죠.”

재래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는 빼 놓은 수 없는 표밭이다. 평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정치 생명이 늘기도 줄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보통 지역구 시장인심은 ‘부인하기 나름’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정치인들 사이에 오가기도 한다. 그런데 김 의원에게는 부인이 없다. 여성정치인으로 불편한 건 없을까.

“여성정치인이라서 힘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장점이 더 많습니다. 제가 직접 시장도 돌아보고 물건도 사며 서민 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설에는 다른 지방에 사시는 분들도 고향에 와서 장보러 오시는데, 한 번은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이 저를 보고 ‘어느 분 사모님이시죠’라고 묻는 거예요. 당황스러웠죠.(웃음) 다행히 저를 알아보신 한 아주머니가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에요 몰라요’라며 소개를 해주셨어요.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해 드리면 ‘국회의원이 해 주는 음식은 처음’이라고 반갑게 맞아주시죠. 여성 정치인도 장점이 많아요. 또 남편도 명절 때마다 절 도와주거든요. 남편하고 같이 다니면 기분이 좋답니다.”

1971년 4월생으로 돼지띠인 김 의원에게 “올해 좋은 소식은 없느냐”며 가족계획과 희망을 물었다. 김 의원은 결혼 당시 “힘닿는데 까지 노력해서 애국하는 가정을 만들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부모님도 눈치 주시고, 국민들과 약속도 했으니까 올해는 남편하고 노력해서 좋은 소식 드릴게요. 제가 초선이고 작년에는 선거도 있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너무 바쁘다 보니까 미루게 되더라고요. 올해도 대선이 있고 바쁘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요. 올해 안에 꼭 목표 달성합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나라가 잘살면 국민도 잘살고 나라가 가난하면 국민도 가난한 거예요. 올해는 우리 모두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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