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김영선 “사랑하는 사람과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 입력 2007년 2월 18일 21시 44분


[릴레이 인터뷰] 여성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③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을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국회의원 중 몇 안 되는 미혼 여성이다.

김 의원은 명절 때면 꼭 양로원이나 복지관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결혼한 동료 의원들을 보면 부러울 법도 하건만 오히려 그들보다 덜 바쁘기 때문에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단다.

“결혼하신 동료 의원 분들은 시댁에 가서 제사 음식도 준비해야 하고, 친정에도 가야하고…. 정신없이 바쁘죠. 그런데 저는 그들에 비하면 덜 바쁜 편이에요. 그래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 [릴레이 인터뷰] 여성 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 [릴레이 인터뷰] 여성 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②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 [릴레이 인터뷰] 여성정치인들의 ‘명절나기’ ③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그는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은 그렇게 보낸다”며 “추석 전후로는 지역 행사에도 참석하고, 설 전후로는 자연발생적인 소규모 친목 모임에도 나간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 연휴 기간도 마찬가지다. 설 전날에는 노인정과 복지관을 방문하고, 설 다음 날에는 지역민들을 만나 민심을 경청할 계획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노인들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내비치곤 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특히 인터넷 환경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죠. 그런데 어르신들은 그런 환경에 익숙하지도 않고 적응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그분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챙겨주고 배려해줬으면 해요.”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눈 게 중요”

김 의원 집은 종가다. 명절 때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척들이 다 모인다. 무려 60여명에 달한다. 연휴 기간 내내 시끌벅적하다.

“친척 분들이 그 지역 특산물을 갖고 오시거나 사업하시는 분들은 회사 상품을 갖고 오세요. 포항에 사시는 작은아버님은 해물을 갖고 오시고, 그릇 장사하시는 오촌 아저씨는 질 좋은 그릇을 갖고 오시고…. 각 집에서 갖고 온 물건을 상품으로 걸고 윷놀이를 해요.”

김 의원은 친척들을 대접하고,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데도 일손을 보탠다.

“파도 썰고, 전도 부치고, 제기 같은 것도 씻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을 거들죠.”

그는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종가의 며느리로서 어머니가 살아오신 삶을 봐와서일까. 며느리가 겪는 고충이 안타깝다며 제사상 차리는 걸 간소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제사상에 올릴 음식은 직접 해야 했잖아요.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시중에서 구입해서 차리는 걸 안 좋게 봤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죠. 일품요리 같은 걸로 제사상을 준비하는 가정도 늘고 있죠. 저희 어머니께도 그렇게 하자도 했는데 안 받아들이시네요.”

그는 “빵, 과자, 과일 같은 것과 간단하게 데우기만 하는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석이나 설은 가족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정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성들이 요리를 하는데 매진하게 되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잖아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들 테고, 힘도 들고….”

김 의원은 어머니에게 말한 자신의 요구가 전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올 설부터는 약간의 변화가 생겨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저희 집에 와서 음식 준비를 한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저는 기본적인 걸 준비하고 큰며느리는 전을, 작은며느리는 고기를 미리 해오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분담해서 제사 음식을 미리 준비해 올 테니 예전보다 이야기 나눌 시간이 늘어나지 않겠어요.”

“좋은 배필 만나 결혼하고 싶다”

김 의원은 특히 “조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조카들을 안아주면서 여러 가지 묻곤 해요. 요즘 뭘 하는지, 뭐가 재밌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제 질문에 재밌게 답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곤 하죠.”

그는 명절이라고 해서 정치를 떠나 평범한 일반인처럼 지내지는 못한다. 친척들이 그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친척들도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선거가 다가오면 이번 선거는 어떻게 될지….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묻곤 하세요. 아마 이번 설에는 몇 개로 쪼개진 열린우리당이 다시 합칠 건지 독자적으로 갈 건지, 대선결과는 어떻지, 한나라당은 어떻게 될 건지…. 그런 걸 물으실 것 같네요.”

물론 그를 아끼고 위하는 말도 오고간다.

“어르신들은 주로 ‘건강하라’고 말씀하세요. 음…, ‘올해는 꼭 좋은 배우자 만나서 결혼하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시죠.”

김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결혼하고 싶다”며 속마음을 살짝 털어놨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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