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의 방북은 최근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6일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당 동북아평화위원장인 이 전 총리가 이화영·정의용 의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 한다”며 “민화협 초청으로 방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 전 총리 일행은 북한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하고 민화협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2·13 후속조치뿐 아니라 남북관계 협력,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중심으로서 남북화해 협력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정상회담이 이 전 총리 방북 채널로 결정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논의할 사항도 아니다”며 “이 전 총리 일정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특별한 목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은 “이 전 총리가 방북 경험도 있고 상당히 전문가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니 북한의 여러 가지 상황이나 기류를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까지 내다볼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면 대단히 큰 성과 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회 기자실 주변에서는 방북이 결국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돌아온 이 전 총리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우려는 게 목적이라는 것.
한나라당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이 전 총리의 방북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길 닦기라는 의혹이 있다”며 “쌀·비료를 퍼주고도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해야 된다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상회담 길 닦기는 혈세를 갖다 버리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이 전 총리가 6자회담이 타결된 지난 2월 13일에 개성공단을 비밀리에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또 방북하는 것은 남북관계 정상화가 아닌 정상회담 사전 작업을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함께 방북하는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통일·외교 전문가라서 의혹은 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신임하고 있는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북한이 우리 대선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것을 노골화하는 마당에 현 시점에서의 정상회담은 적절치 않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전 총리와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2005년 4월 말레이시아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포럼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단초를 마련해 남북 차관급 회담으로 연결지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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