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탈당 싫었지만…줄 세우기에 절망 느꼈다”

  • 입력 2007년 3월 20일 11시 31분


거취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19일 전격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신당창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말 탈당하기 싫었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불쏘시개, 치어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MBC에서 배신자, 변절자를 이렇게 받아주셔서 고맙다”며 “사실 한나라당을 지키고자 노력했으나, 결국 최근에 보여준 줄 세우기 세몰이 등 구태정치와 대북관계 등에 절망감을 느끼게 돼 탈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 대해서 그렇게 비판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요지의 보도 자료를 낸 것과 관련해선 “당에 대한 비판은 제가 어제 탈당을 하면서 새로 한 것이 아니다”며 “그동안 제가 ‘한나라당이 수구꼴통이 돼선 안 된다. 냉전세력이 되선 안 된다. 구시대적인 권위주의 정치에 매몰돼서 안 된다’는 것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에서 ‘줄 세우기는 없었다’고 반론한 데 대해 “말로 가린다고 가려지는 건 아니다.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라며 “공천을 갖고 소장개혁세력, 의원 개개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다른 사람을 지구당에 같이 내놓고서 ‘당신 안 들어오면 이 사람한테 앞으로 지구당 줄 거다’라고 한다. 심지어 직접 저한테 호소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 “내가 주체가 돼서 모든 영광을 갖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제가 소중하게 지켜왔던 품위 있는 정치를 위해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정운찬·진대제·문국현 씨 등 범여권 인사들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만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또한 그분들과만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중 일부는 ‘정치를 안 한다’고 선언한 분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어떤 규합 작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나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과 합치지 않겠느냐는 전망과 관련해선 “소위 범여권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 있는 분들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있으면 폭넓게 같이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선 “오픈프라이머리여야 된다”며 “앞으로 대선 후보 선출 방법이 열려 있어야 된다.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창당 비용 등 돈 문제에 대해선 “뜻이 있으면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정치를 하는 14년간 돈을 쌓아놓고 선거를 하지 않았다. 돈이 중심이 되지 않는 정치를 충분히 해 나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구여권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제가 특별히 거기에 대해 무슨 말씀을 드릴 필요가 있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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