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일 “배신자” “이무기로 변한 용” “철새” 등이라며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맹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진인 홍 의원이 손 전 지사의 대망론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홍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대선은 어차피 51대 49 싸움”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범여권의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지 구심점이 생기고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판도는 달라진다”며 “지금도 비한나라당 지지세가 50퍼센트에 달하는데 손 지사가 ‘비노비한’의 기치를 내걸고 이들을 결집한다면 집권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김대중 정권은 권력형 부정부패가 심했고 온갖 게이트가 난무해 지지율이 10퍼센트 대에 머물렀지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대선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니고 미래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손 전 지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에도 문제는 달라진다”며 “그야말로 범여권이 (손 전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DJ-손학규 연대’에 대해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 손 지사의 의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DJ는 자기의 마지막 업적을 ‘햇볕정책’이라고 보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훼손시키지 않고 이어갈 사람이라면 지지할 것”이라며 DJ가 손 전 지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손 지사를 통해 중도세력을 잡아둬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지난해 9월부터 손 지사에게 애착을 가졌다”며 “손 지사의 5퍼센트 지지세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대선 때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지지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손 지사는 당을 떠나자마자 범여권의 구심세력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뜨고 있지 않느냐”며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홍 의원은 손 전 지사를 ‘제2의 이인제’라고 힐난하는데 대해서도 “손 지사는 이인제 의원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 의원은 경선에 패배한 후 탈당을 했기 때문에 반민주주의적인 행각으로 비춰졌지만 손 지사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라며 “명분은 차치하고라도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이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무리”라고 옹호했다.
홍 의원은 끝으로 한나라당이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비난하는 데 대해 “한나라당의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선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연일 손 전 지사에게 총공세를 취하는 것은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인한 중도성향의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