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의 정무팀(팀장 정태호)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구술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대통령이 손학규 전 지사를 오해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렸다.
청와대는 이 글에서 “어제(20일) 노 대통령이 ‘탈당하든 입당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손 전 지사를 비판한 바 있다”며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불쏘시개나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는 그의 탈당의 변이 진심이라면 대통령이 손 지사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만일 한나라당 경선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며, 정치를 과거로 돌리는 행동”이라며 “두고 볼 일”이라고 비꼬았다.
청와대는 이어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했던 경우를 △명분도 있고 성공한 사례 △명분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례 △명분은 적었지만 성공한 사례 △명분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한 사례 4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 명분도 있고 성공한 사례로는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신민당, 1987년 이른바 이민우 내각제 구상에 반발하여 탈당한 후 창당한 통일민주당, 2003년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꼽았다. 두 번째 명분은 있었으나 성공 못한 사례로는 1990년 3당 합당을 들었고, 세 번째로 명분이 적었으나 성공한 사례로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명분도 없고 성공하지 못한 유형으로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이인제 의원과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김민석 전 의원을 들었다.
청와대는 “선거를 앞두고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경우, 원칙과 대의명분 없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오히려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고 정치인으로서의 지도력과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몰락하기가 십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손 전지사의 탈당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손 전 지사의 뜻을 오해한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자”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가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명분을 버리고 탈당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에 하나의 밀알이 되고자 탈당’한 것인지는 곧 드러난다”며 “어쩌면 손 전 지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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