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68) 전 주미대사가 자신의 ‘인생론’을 담은 역작, ‘움-민구의 작은 발견’(현대시문학)을 출간했다. 양 전 대사는 한국일보 기자, 제15대 국회의원,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등을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로서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움’에는 양 전 대사가 살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삶의 애환이나 교훈, 지식 등이 체계적으로 집대성돼 있다. 전체 4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선 사랑·허무 등 인간적인 삶의 조건과 운명에 대해 다뤘고 2부에선 플라톤의 ‘공화국’에 나오는 ‘동굴의 우화’와 맹모삼천지교 고사, 영국의 대(大)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 등을 인용하며 ‘배움’에 대해 성찰했다. 3부는 가상인물과 ‘죽음’을 주제로 나눈 대화로 구성했고, 4부는 성경을 읽으며 느낀 점들을 빼곡히 나열했다.
“초고 이후 7년 만에 빛 봐”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양 전 대사는 “늘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책이 완간돼서 후련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책이 나오는 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책 쓸 틈을 못 내다가 2000년 5월 국회의원에서 물러난 후 주미대사로 미국에 부임하는 사이에 3개월 정도의 공백이 있었어요. 그때 초고를 급히 썼어요.”
초고 이후 출간까지 7년여가 걸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에 갔을 때 아주 뜻 깊은 선물을 받았어요. 100명이 넘는 워싱턴 지역 목사들이 서명을 한 ‘성경’이었어요. 당시 세례 받은 지는 꽤 됐지만 ‘성경’을 완독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주미대사직에서 물러난 뒤 작심하고 끝까지 읽었죠. 3개월 정도 걸리더군요. 성경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일일이 메모했는데, 그 부분을 더 추가했어요. 그 동안 새롭게 겪은 경험도 보태고 몇몇 사항을 보충하다 보니 어느새 2007년이 됐네요.”
“‘움’은 새싹, 여자의 자궁 의미”
양 전 대사에게 “‘움’이라는 제목이 독특하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구멍’이라고 제목을 붙이려고 했는데 상스러운 느낌이 들어 ‘움’이라는 말로 대체했다”며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뜻을 풀이해줬다.
“순 우리말인 ‘움’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 중 하나는 새싹을 의미하죠. ‘움이 튼다’고 하잖아요. ‘구멍’을 뚫고 세상에 나오는 거죠. 영어로 ‘움’은 여자의 ‘자궁’을 뜻해요.”
그는 “부제인 ‘민구의 작은 발견’에서 ‘민구’는 나의 아호”라고 덧붙였다.
“사람은 구멍에서 나 구멍으로 간다”
양 전 대사는 책 내용과 관련해 “나의 ‘인생론’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사람은 구멍에서 나 구멍으로 간다’는 화두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그 사색 과정이 이번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멍’을 통해본 삶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담은 ‘인생론’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관’에 대해서도 짧게 부연했다.
“저는 직장도 많이 옮겼고, 직업도 여러 번 바꿨어요. 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어느 직업도, 조직도 절대적으로 만족스럽진 않더군요. 자기 목표를 갖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 전 대사는 끝으로 그의 ‘독서론’을 피력했다.
“책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아요. 독서는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늘 책을 가까이 두고 꾸준히 읽었으면 합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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