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를 20여일 앞둔 전남 무안·신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DJ) 차남 홍업 씨를 바라보는 지역민심이 싸늘하다.
이 곳엔 김 씨를 비롯해 한나라당 강성만 후보, 무소속 이재현 전 무안군수, 김호산 후보가 출마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 등 범여권은 후보를 내지 않고 김 씨를 ‘연합공천’한 형태다.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서 ‘김홍업 씨 낙선’
광주광역시와 전라도를 권역으로 하는 ‘무등일보’가 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 무안·신안 지역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군수는 김 씨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이 전 군수는 24.2%, 김 씨는 20.0%였다. 다음은 강 후보 8.4%, 김(호산) 후보 5.0% 순이었다. 민주당의 김 씨 ‘전략공천’에 대해선 ‘반대’ 40.6%, ‘찬성’ 32.4%였다.
목포에서 발행되는 ‘항도신문’이 지난달 29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7)에선 이 전 군수가 김 씨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질렀다.
7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군수가 20.7%로 1위를 차지했으며 강 후보 12%, 김(홍업) 씨는 11.1%에 머물렀다.
특히 무안지역 유권자들은 “김 씨의 출마가 DJ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45.7%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5.4%였다. 김 씨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43.0%가 “잘못한 일”(“잘한 일”은 22.5%)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것”
이런 분위기에 대해 지역 기자들은 “김 씨의 출마와 관련해 반발 여론이 거세긴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등일보 정치부 강동준 기자는 5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김 씨가 여론을 무시하고 연합공천으로 나오는 데 대해 지역민들의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이곳은 무안과 신안이 한데 묶여 있는 보합선거구로 지난 15년간 신안출신인 한화갑 대표가 군림했다. 그런데 무안 사람들은 이번엔 무안출신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안 인구가 신안보다 1만1000여명 많아 변수가 될 것이다. 여론조사는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봐야한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투표로 이어진다고 보긴 힘들다”며 “투표 당일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안신문의 정치부 기자도 “반발 여론이 거세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선 여론조사 결과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정식으로 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게 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동교동계 의원들이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나이 드신 분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DJ의 역할에 대해서 “DJ가 이곳에 올 리도 없겠지만 만약 전면에 나서서 김 씨를 지원할 경우, 그건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고 지역민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져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DJ는 이날 대통령 퇴임 후 처음으로 전주를 방문했다.
한편 DJ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지난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목포ㆍ신안갑에 출마해 81.2%(유효투표수 8만7384표 중 7만987표 득표)의 득표율로 처음 국회에 진출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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