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홍업아! 내일 갈께”… 당원들은 집단 탈당

  • 입력 2007년 4월 11일 15시 23분


4.25 재보선을 보름여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고향이자 민주당의 최고 텃밭인 전남 신안ㆍ무안지역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지역 곳곳에서 DJ와 민주당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가하면, 민주당원들의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DJ의 차남 홍업 씨의 낙선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홍업 씨 공천에 반발, 민주당원 1000여명 집단 탈당

전남 무안·신안 지역 민주당원 1000여명은 홍업 씨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11일 집단 탈당했다.

민주당 무안·신안 지역 박성재 사무국장을 비롯한 읍면협의회장 등은 이날 오후 무안 승당예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특정인에 기대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생각하는 민주당에 대한 질기고 질긴 애증의 끈을 놓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지역 유권자와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무시한 채 신청도 하지 않은 홍업 씨를 전략공천 한 것은 명백히 비민주적인 태도이자 폭력”이라며 “홍업 씨를 전략공천 한 3월 21일은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반세기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오점을 남긴 날”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홍업 씨의 공천은 DJ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고, 홍업 씨는 범여권대통합 과정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며 “분노한 민심을 큰 그릇에 담아내지 못하고 성난 당원 동지들의 피맺힌 절규를 무시한다면 두고두고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재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지역 민심을 거스르고 밀실공천의 구태를 되풀이했다”며 “당의 새 지도부에 변화를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더 이상 민주당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내일 홍업 씨 선거사무소 개소, 이희호 여사·동교동계 등 대거 참석

지역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및 동교동은 홍업 씨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고 목포(8일)와 무안(9~10일)을 잇달아 방문했다. 박 전 실장 측은 “무안에 친구들이 많아 만나러 갔을 뿐”이라며 ‘선거지원설’을 일축했지만, 현지에선 홍업 씨의 선거지원 활동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12일 홍업 씨의 현지 선거사무소 개소식엔 박상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박 전 비서실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DJ가 ‘내 아들을 따르라’고 하면 독재보다 더한 것”

한편 호남서 최초로 한나라당 지역구 지방의원이 탄생했다. 전남 신안군의회 황두남 의원이 지난 7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 그는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같은 해 10월 탈당해 줄곧 무소속으로 지내왔다.

황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남북한도 화해의 물꼬를 트는 마당에 아직도 지역주의가 횡행해서야 되겠느냐”며 “지역주의를 끝내고 동서화합을 이루는 데 일조하고 싶어 입당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의원은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민주화를 이룬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완전히 부패해버렸고, 국가 경영 능력도 없다는 게 만천하에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지역 정서가 많이 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DJ의 영향력에 대해서 “전혀 없다. 사라진 지 오래다”며 “예전엔 ‘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했지만 지금은 욕을 많이 한다. 지역발전을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에 반감과 분노가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홍업 씨 출마와 관련해서도 “홍업 씨는 여기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DJ가 주민들에게 ‘내 아들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독재보다 더 한 것”이라며 “지역을 볼모로 하는 정치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강성만 후보, 민주당 김홍업 후보, 무소속 이재현 후보의 삼파전이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며 “막판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의 득표율을 올리는데 매진할 것”이라며 “그 동안 이 지역에선 한나라당에 대한 평가가 냉혹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강 후보가 20% 이상은 무난히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분위기 한껏 고무돼

한나라당은 황 의원의 입당과 관련해 “호남지역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기초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1997년 말 창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강재섭 대표는 “지금까지 호남 지역구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 무안·신안 재보선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 의원이 입당했다”며 반색했다.

민주당 소속 전 신안군의회 의원 고호길 씨를 비롯해 500여명의 신안 주민들도 황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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