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재선·심대평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

  • 입력 2007년 4월 13일 14시 10분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왼쪽)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왼쪽)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시장이 가세해도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범여권은 그냥 잠자코 있는 것이 심대평 후보를 돕는 것이다. 움직이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4·25 재보선의 닻이 올랐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각 당은 사활을 걸고 선거전에 총력을 쏟을 태세다.

특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전 서구 을’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

이곳에선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와 범여권에서 밀고 있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가 이기면 한나라당은 ‘대선 대세론’을 더욱 확고히 굳힐 수 있고, 심 후보가 승리하면 ‘反한나라당 전선 구축’과 ‘충청권이 가세한 범여권 통합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이 명운을 걸고 일대접전을 벌이는 이유다.

“지역여론조사…이재선·심대평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와 심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일보’가 11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심 후보가 42.9%를 얻어 39.9%의 이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충청지역 인터넷매체 ‘디트뉴스24’와 ‘페이스조사연구소(RBCom)’가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48.3%로 1위를 달렸고, 심 후보는 41%를 얻었다.

대전방송(TJB)과 중도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37%로 오차범위 내에서 심 후보(35.5%)를 앞섰다.

기자들 “李·朴와도 예전 같지 않을 것”, “심대평 도우려면 여권 가만히 있어야…”

지역 언론사 기자들은 “당장 누구의 우세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디트news24’ 김재규 편집국장은 “이 후보와 심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이었으면 당 지지도에서 월등히 높은 한나라당이 이겼을지 모르지만 보궐선거는 다르다. 나이 드신 분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 앞선 심 후보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심 후보는 대전시장도 했고 충남도지도 3번이나 거쳤기 때문에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나 서구 을은 구의원·시의원 모두 한나라당이 석권하고 있어 조직력이 가동될 경우 이 후보의 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 국장은 이번 선거의 승부는 “동원력”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다. 이번 선거도 30% 안팎으로 보고 있다. 부동층에서 판가름 나긴 어렵다는 얘기다. 누구든지 2만5000~3만 표를 얻으면 당선된다. 누가 얼마나 지지 세력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보면 된다. 이곳은 전라도나 경상도처럼 쏠림 현상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는 “선거에 외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5·31지방선거와 달리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이 와도 선거 판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범여권이 심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걸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박범계 후보가 무소속으로라도 나오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10% 넘게 있었다. 유권자들이 ‘심 후보는 나이가 많다. 이 후보는 인물 면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후보가 돌연 심 후보를 밀겠다며 사퇴해버렸다. 지금은 박 후보를 지지하려던 시민들도 ‘꼴 보기 싫다’며 등을 돌린 상태다. 역효과가 난 거다.”

‘대전일보’ 신수용 편집국장도 “이번 선거는 정당 대 인물의 싸움”이라며 김 국장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심 후보는 인지도나 인물적합도 면에서 이 후보에 앞선다. 국민중심당이 충청도 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득표 요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높은 당 지지도를 앞세워 표밭을 공략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가세해 ‘5·31지방선거의 부활’을 꿈꾸고 있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지역민심도 작용하고 있다. 막판까지 접전이 예상된다.”

그는 이번 선거의 성격에 대해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지게 되면 충청도에서 지지율이 쇠퇴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고, 국민중심당은 그야말로 당의 사활이 걸려 있다. 심 후보 개인적으로도 정치생명이 걸려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니 이 후보와 심 후보가 배수진을 치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4·25 재보선 후보등록 마감 결과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17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3곳은 13명이 등록해 4.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초단체장을 뽑는 6개 선거구에서는 21명이 나서서 3.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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