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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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몽골에서 7년째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신부다. 4년 전 추운 겨울 저녁, 봉사자들과 함께 따뜻한 음식을 자동차에 싣고 몽골 시내로 나갔다. 추운 겨울, 갈 곳 없는 몽골 아이들이 사는 곳은 거리의 맨홀이다. 난방용 파이프가 지나가는 맨홀은 영하 30∼40도의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이다. 맨홀 뚜껑을 두드리니 곧 술 취한 아버지와 열한 살된 아들 ‘아마’가 나왔다.

우선 따뜻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워 주고 ‘돈보스코의 집’을 소개했다. 공부와 기술도 가르치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고 뛰어 놀 수도 있는 곳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선뜻 허락했지만 아들과의 이별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엄마는 아마를 낳으면서 죽었고 술 취한 아버지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살았던 아마는 처음에는 과격성을 보이는 등 행동 장애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봉사자, 선생님, 그리고 ‘아이 키우는 신부’는 함께 살며 아마가 좋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아마는 이제 제법 어린 티를 벗고 키도 훤칠한 열다섯 살의 의젓한 청소년이 되었다. 우리는 안다. 아마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의 치료를 위해 과거를 아는 것보다 지금 기쁘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기쁨을 느낄 기회를 만들고 즐겁게 살도록 배려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돈보스코의 집에 유난히 축제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잘살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몽골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가난하지만 여유 있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나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몽골에 와 볼 것을 권한다. 이곳에서 자연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에 연연하며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길거리를 전전하는 수많은 ‘아마’에게 우리 집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행복은 절대 가치로 비교할 수 없음을 절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려움일지라도 나에게 기쁨이 된다면 그것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호열 신부 몽골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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