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가입’ 휴대전화 되팔면 월수 20만원?

  • 입력 2008년 1월 2일 14시 16분


▲ 한 인터넷 휴대전화 동호회 중고매매 코너에 오른 ‘가개통’ 휴대전화 매물
▲ 한 인터넷 휴대전화 동호회 중고매매 코너에 오른 ‘가개통’ 휴대전화 매물
▲ 인터넷 휴대전화 동호회 중고매매 코너에 오른 ‘가개통’ 휴대전화 매물 게시물들
▲ 인터넷 휴대전화 동호회 중고매매 코너에 오른 ‘가개통’ 휴대전화 매물 게시물들
▲ ‘가개통’ 휴대전화 매매 게시물 내용
▲ ‘가개통’ 휴대전화 매매 게시물 내용
회사원 김 모(28) 씨는 휴대전화 판매로 월 20만 원 이상씩 부수입을 올려왔다.

전문 판매상도 아닌 김 씨가 회사 업무를 하면서 휴대전화 판매로 돈을 버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인터넷 쇼핑이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신규 가입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구입한다.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사와 대리점들은 소비자 가격이 30만 원 안팎인 새 단말기를 1000원 또는 아예 공짜로 제공하면서 이통사에 따라 3~5개월씩 의무 사용 기간을 둔다.

김 씨는 이렇게 구입한 새 휴대전화를 의무 사용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고 보관한다.

의무사용 기간 동안 김 씨가 내는 돈은 가입비(3만~5만 원)와 기본요금(월 1만5000원선), 때로는 대리점에서 편법으로 강요하는 일부 부가 서비스 등을 모두 더해 약 8만~10만 원 선.

이 기간이 끝난 다음 김 씨가 찾는 곳은 휴대전화 동호회나 온라인 쇼핑몰 등이다.

이 곳의 중고장터에 김 씨는 '미사용' '가개통' 등의 문구를 붙여 '개통은 했지만 비닐도 뜯지 않은 새 단말기'임을 강조하며 매물로 내놓는다. 값은 기종에 따라 15만~30만 원 정도를 부른다.

중고장터이기 때문에 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값을 조금 깎아주기도 하지만 김 씨는 이 같은 거래를 통해 단말기 한 대 당 5만 원에서 최고 20만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김 씨는 "이통사별로 여러 대씩 신규 가입을 하고 파는 방법으로 한 여대생이 1년에 200만 원 이상씩 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역시나 벌이가 짭짤하다"고 말한다.

●사는 사람은 누구?

고등학생인 박 모(17)군은 현재 LG텔레콤에 가입돼 있다.

박 군이 사용하는 요금제는 청소년용 문자 무제한 요금제. 발신자 표시 서비스 요금 포함해 월 2만9000원을 내면 월 2시간 무료통화에 단문메시지(SMS)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요금제는 2006년 1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가입이 가능했고 지금은 사라졌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을 통하면 요즘 유행하는 최신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지만 박 군은 이 요금제를 포기하지 못해 2년 가까이 사용해온 구형 단말기를 최근까지 사용해 왔다.

그러던 중 박 군의 눈에 띈 게 인터넷 휴대전화 단말기 중고장터의 '가개통' 폰이다.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이 내놓은 '중고이지만 새 것인' 단말기 수 백 대가 매물로 나와 있었던 것.

물론 LG텔레콤은 박 군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분류해 기기변경을 원할 경우 새 단말기 값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해 준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아도 신규 가입이었으면 1000원짜리였을 단말기 값으로 박 군은 20여만 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결국 박 군은 최근 가개통 매물 중 11만 원에 나와 있는 슬라이드 폰을 발견하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 흥정을 걸쳐 10만 원에 구입했다. 스스로 기기변경을 할 경우 돈도 적게 들이고 인터넷이나 대리점을 통하면 쉽게 해결된다.

박 군은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개통을 위해 포장을 잠깐 뜯은 흔적 외에 나머지는 완전히 새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법으로 번호와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마음에 드는 단말기를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통사, 대리점 '죽을 맛'

이통사들은 "가개통폰 시장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1000원, 또는 무료로 제공되는 단말기들은 대부분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재고로 쌓여 있는 제품들.

이통사들은 이들 특정 모델에 한해 대리점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싼 값에 팔도록 권유한다.

판매가격이 원가 보다 낮지만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이 장기간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이용요금으로 제품 값이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리점 역시 마찬가지. 대리점들은 자신들이 유치한 가입자들이 향후 지불하는 이용요금의 7%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때문에 대리점들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본사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에 자기 자금을 보태 단말기 값을 더 깎는다.

가령 본사의 보조금 제공으로 3만 원까지 값이 내려간 단말기 값을 자신의 돈으로 입금하고 가입자에게는 공짜로 주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가입자들이 장기간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본사, 대리점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의무 사용 기간이 끝나자마자 해지 하는 고객이 최근 속출하자 보조금만 날리게 된 이통사와 대리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의무가입 기간을 두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통사들은 가입비 분납 기간인 3~5개월간 해지를 금지하고 있다.

대리점들은 한 수 더 떠 6개월간 의무사용을 강요하는 한편,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하면서 기본요금이 비싼 특정 요금제를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 걸 경우 소비자들이 가입을 꺼리기 때문에 경쟁을 해야 하는 상당 수 대리점들이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등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단말기를 계속 내놓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에 따라 최근 상습 해지고객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

한 이통사 관계자는 "상습 해지 고객이라고 해서 가입을 제재할 마땅한 근거도 모호할뿐더러 가입자 수가 곧 사세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가입을 막을 수만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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