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그는 아침식사가 항상 걱정이다. 갈수록 잦아지는 야근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어 식사를 거르기 일쑤.
그는 "거의 매일 굶고, 어쩌다가 시리얼이나 식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게 아침식사의 전부"라며 "오전엔 늘 허기진 상태여서 능률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6·여)씨도 주로 아침을 굶는다.
"굶더라도 10분 더 자는 게 좋다"는 그는 그러나 일단 회사에 출근하면 허기진 속을 채우기 위해 커피 자판기부터 찾는다.
"얼마 전부터는 오전에 속이 쓰리기 시작했는데, 탈이 난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는 박씨.
최근 웰빙 열풍 속에서 김씨와 박씨처럼 아침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직장인 및 수험생이 늘면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잠 잘 거 다 자고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간편한 아침식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아침식사 시장은 2000년 1000억 원 선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조원대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는 것.
그 동안에는 시리얼 식빵 죽 등이 아침식사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바쁜 직장인과 수험생을 대상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면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고, 또 필요에 따라서는 걸으면서도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뜨고 있다.
매일유업은 천연옥수수를 넣어 만든 콘스프 '스프로 굿모닝'(1200원)을 지난해 말부터 판매중이다. 연말연시 모임으로 속을 상하기 쉬운 중 장년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프로 굿모닝'은 캔 제품이어서 조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특징. MSG(합성조미료), 방부제, 색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전혀 넣지 않아 '가공식품'이라기보다는 '천연식품'에 가깝다는 게 매일유업 측 설명이다.
해태음료는 마시는 호박죽 '못생긴 호박의 달콤한 반란'과 옥수수 스프 '노오란 옥수수의 부드런 파티'를 내놓았다.
이들 제품 역시 아침식사 용으로 개발됐다. '못생긴 호박의 달콤한 반란'(700원)은 데워 먹을 경우 집에서 만들어 먹는 호박죽 맛이 나며 '노오란 옥수수의 부드런 파티'(800원)는 음료 타입으로 만들어 쥬스를 마시듯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해태음료의 설명이다.
풀무원 녹즙에서도 뚜껑을 따서 바로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한컵 든든한 아침'(2200원)을 판매중이다. 두유와 생과일에 발아현미, 찹쌀, 흑미, 수수, 보리, 다시마, 미역, 호두, 잣, 아몬드, 참깨ㆍ아마씨 등을 섞어 식사를 대신해도 되도록 만들었다.
특히 견과류와 '베타인'이라는 기능성 물질을 담아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수험생과 화이트칼라 직장인에게 좋다는 것이다.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영양분을 고루 함유 했으면서도 열량을 낮춘 다이어트용 식사대용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에스라이트 오가닉바'(20개 3만8000원)'를 내놓았다.
15가지 이상의 유기농 곡류, 과일류, 견과류가 들어 있으면서도 열량은 개 당 100㎉에 지나지 않는 게 특징.
'설탕덩어리'라는 인식 때문에 점차 수요가 줄고 있는 시리얼 회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켈로그는 통곡물로 만든 체중조절용 스낵 '곡물이야기'(800원) 시리즈를 국내에서 개발해 선보였다.
통밀과 통귀리에 검은 참깨, 해바라기씨 등을 넣어 오븐에서 구운 이 제품은 통곡물의 도정을 적게 해 외피에 함유된 식이 섬유, 비타민, 단백질, 무기질을 그대로 살려 포만감을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경배 매일유업 홍보팀장은 "갈수록 치열해 지는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이 아침식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아침 대용식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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