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지아이' '네이트' 등 이동통신 업체가 마련해 놓은 포털 사이트에 무조건 접속해야 했으나 LG텔레콤은 오즈를 내놓으면서 망을 완전히 개방했기 때문.
포털 사업자들은 꾸준히 이동통신사에 무선인터넷 망 개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콘텐츠 판매 수수료 등 부수입을 포기하지 못해 망 개방을 거부했었다.
LG텔레콤이 과감히 망을 개방한 것도 1, 2위 사업자 보다 '잃을 게 적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진화'에 비유되는 무선망 개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LG텔레콤의 주가(종가 기준)는 오즈 출시 이전 주당 7500원대였으나 8일에는 8090원으로 올랐다.
'오즈'의 마법은 통할 것인가. 이른바 '오즈폰'으로 불리는 '싸이언 LG-LH2300' 모델을 직접 사용해 봤다.
●'시간 죽이기'에 안성맞춤
오즈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통화버튼 옆의 'i' 버튼을 누르면 인터넷에 바로 접속된다. PC통신 화면처럼 생긴 기존 무선인터넷 초기화면에 익숙했던 사용자라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첫 화면에는 주소를 입력할 수 있는 창 밑에 이용 빈도가 높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 목록이 떠 있다.
주소 창을 스타일러스 펜으로 클릭하면 터치스크린 방식의 자판이 나온다. 이 자판을 이용해 주소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거나 아래의 네이버 다음 등을 찍으면 해당 사이트에 연결된다.
자판은 PC와 같은 'QWERTY' 자판과 '싸이언', '캔유' 등에 적용되는 '이지한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오즈폰에는 별도의 키패드가 달려 있지 않다. 대신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이메일을 쓸 때 쓰려고 하는 곳을 펜으로 찍으면 자동으로 화면에 자판이 나타난다.
LG텔레콤이 밝힌 오즈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다운로드시 3.1Mbps, 업로드는 1.8Mbps.
'네이버'를 띄워봤다.
네이버는 서버를 충분히 갖추고 있어 다른 군소 포털에 비해 로딩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오즈폰으로는 첫 화면을 여는 데는 약 4, 5초 가량이 걸렸다.
기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0~20초 가량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초고속’이지만 광랜 등에 익숙해진 누리꾼들이라면 다소 답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인치(7.62㎝) 화면은 800×480 WVGA 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PC 화면을 기준으로 제작된 웹사이트를 보기에는 다소 작은 감이 있지만 눈이 피로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때 ‘조준’을 잘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화면을 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하는 스크롤바는 오즈폰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너무 작아서 펜으로 집어 지지가 않는다. 대신 펜으로 화면을 찍은 상태에서 이리 저리 옮겨보는 드래그 기능을 갖췄다.
●한국의 ‘블랙베리폰’ 될까
오즈폰으로 인터넷을 잘 보려면 웹사이트를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는 ‘browser.lgtelecom.com’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이트는 LG텔레콤이 오즈 사용자를 위해 제작한 일종의 오즈 전용 포털. 일반적인 웹사이트 보다 큰 글씨체로 800×480 화면에 딱 맞춰 제작해 PC로 보기에는 형편없지만 오즈폰으로 보면 완벽하다.
이메일 기능은 문자메시지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 G메일, 한메일 등의 계정을 등록해 놓으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POP3 등의 계정을 이용하는 업체나 기관의 이메일도 받아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블랙베리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이메일 때문이었다. 미국은 시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한국처럼 실시간 단문메시지(SMS)를 시도 때도 없어 보냈다간 “매너 없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 때문에 미국인들은 자신의 이메일을 휴대전화로 보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된 것.
한국에서 오즈 메일이 당장 SMS를 대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워드, 파워포인트 등의 첨부 파일을 열어볼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회사 밖에서 이동 중인 직장인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즈폰의 데이터 전송속도나 디스플레이의 크기, 입력의 편의성 등을 감안할 때 오즈폰이 휴대인터넷이나 초고속 인터넷의 대체제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이동 중에 ‘시간 죽이기’에는 책이나, DMB 등이 경쟁상대가 되지 않을 전망.
액티브X, 인증서 등이 지원되지 않아 동영상을 보거나 쇼핑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뉴스와 친구의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검색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오즈 이용요금은 월 6000원. 이 돈이면 1GB 분량의 데이터를 볼 수 있으며 이를 넘어설 경우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1GB는 포털 사이트 2000~4000 페이지 분량. 한 페이지 띄우는 데 5초 가량이 필요하므로 1GB 분량을 넘겨보기 위해서는 최고 2만초가 필요하다. 페이지를 넘기는 데만 월 6시간 가까이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 사실상 무제한이다.
오즈 출시는 무선 인터넷 사(史)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3위 사업자 LG텔레콤이 오랜만에 가장 앞선 서비스를 내 놓은 것. SK텔레콤, KTF도 당장은 콘텐츠 수수료 때문에 무선망 개방을 망설이겠으나, ‘PC통신’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와 화상통화 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통 3사가 모두 무선망을 개방한다면 오즈는 다소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SKT와 KTF가 사용하는 WCDMA가 LGT의 EVDO 리비전A 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기 때문.
일단 앞서나간 3위 LGT가 1, 2위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된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