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으로만 나오면 으레 담배를 빼어 무는 사람들 때문에 버스 정류장과 횡단보도에서는 흡연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간접흡연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
김씨는 “흡연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실외에서 그런 말을 해 봤자 본전도 못 찾을 거 같아서 바람 부는 방향을 보고 연기가 안 오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 서고 있다”고 말했다.
5살 난 아들이 있는 주부 최 모 씨(35)는 “버스 정류장 등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하다”고 말한다.
“담배를 피운 뒤 손에 들고 있을 때 높이가 딱 아이 눈 높이어서 자칫 담뱃불이 아이 얼굴이나 눈에 닿을까봐 무섭다”는 것이다.
최씨는 그러나 “일단 담배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불량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감히 담배를 꺼달라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사실상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 공공장소의 비흡연자들.
이들을 대신해 시민단체가 공공장소 금연 캠페인에 나섰다.
깨끗하고 안전한 삶터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녹색소비자연대는 서울시와 함께 금연 정류소를 지정하고 14일부터 10월 29일까지 약 7개월간 이들 정류소의 흡연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금연 정류소로 지정된 곳은 서울 천호로, 하정로, 도봉로, 미아로, 강남대로, 경인로, 마포로, 망우로, 시흥로, 한강로 등 버스 중앙차로에 설치된 정류장 등.
녹색소비자연대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반~9시 반 2시간 동안 이들 정류장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흡연, 비흡연 버스 승객들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흡연에 대한 의식 조사를 병행할 예정.
캠페인 실적과 의식 조사 결과는 11월 경 서울시에 제출되며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공공장소 금연과 관련된 제도 개선 및 법률 제·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효숙 녹색소비자연대 프로그램 부장은 “간접흡연자는 직접흡연자보다 더 해로운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을 흡입한다”며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은 취약 계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흡연자들이 스스로 피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시민단체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