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앞 범퍼와 라디에이터 후드 등이 부서지고 오른쪽 앞 타이어가 훼손됐지만 다행이 지나가던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사고는 운전기사 김 모 씨가 택시 승강장에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 중에 일어났다.
이날 오후 1시경 맨 앞줄에 있던 택시 한대가 손님을 태우고 떠난 뒤 영업용 택시 운전기사인 김씨는 자신의 NF쏘나타 택시의 자동변속 기어를 D레인지에 넣었다.
그리고 차를 앞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가속페달에 발을 얹는 순간 엔진이 굉음을 내며 앞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김씨는 순간 인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앞차를 들이 받지 않기 위해 운전대를 인도 쪽으로 빠르게 틀었다.
차량은 높이 20㎝ 가량의 인도를 넘어 순식간에 인근 현대적선빌딩 앞 화단을 들이 받았다.
그 뒤에도 엔진은 굉음을 계속 냈으며, 에어컨이나 라디에이터 파손으로 인해 난 것으로 추정되는 흰 연기가 후드 위로 피어오른 뒤 정상 공회전 상태로 돌아왔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인근 택시운전사들은 “핸들을 빨리 인도 쪽으로 틀지 않았으면 앞에 서 있던 3, 4대의 차량이 모두 파손될 뻔 했다”고 전했다.
운전자 김씨는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얹었을 뿐인데 마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것처럼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인도에 사람이 있었으면 그냥 앞차를 들이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발진 사고는 매년 수 백여 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기계적 결함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이날 사고도 제품 결함과 운전 과실을 놓고 택시 회사와 제조사 간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시동을 켠 채 주·정차 돼 있는 자동변속 차량 앞에 서 있거나 지나가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