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 일상화할까?'
10일 대규모 촛불 시위로 '촛불 시위가 이제 한풀 꺾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촛불 시위는 끊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획기적인 국정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임기 내내 자신이 조성한 시청과 청계천 광장이 촛불로 밝혀져 있는 것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다.
10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 미선양의 6주기 추모행사를 13일 열기로 했다.
토요일인 14일에도 분신해 숨진 고 이병렬 씨의 영결식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15일에는 '6·15 남북 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는 이에 앞서 11, 12일에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3000여명, 전국적으로 7000여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를 할 예정이다.
15일까지 예정된 행사가 마무리 된 뒤에도 크고 작은 촛불 시위는 계속될 전망.
매일 같이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여론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위 주도 단체들은 일단 규모를 줄여서 촛불시위를 이어 나가다가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참가자들도 시위 현장이나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시위를 계속 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다, 특정 주도 세력이 없어 일사분란하게 시위를 맺고 끊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도 '촛불시위 상시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촛불 시위가 계속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촛불 시위 현장을 지나다 보니, 놀러 나온 사람이 대부분이더라" "밤늦으니까 폭주족들이 출현 하더라"는 등의 얘기가 퍼지고 있는데다, 인터넷 등에는 "촛불 시위 이제 지겹다"라거나 "과격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위현장에 취객이나 노숙인, 폭주족 등이 뒤섞이는 것도 시위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근무하는 윤 모(40)씨는 "10일 밤 야근을 하는데 광화문에서 시위중이라는 후배가 전화를 걸어와 '캔 맥주 좀 사다 달라'고 해 기가 막혔다"며 "1980년대에는 시위를 보면 경외감이 들었는데 요즘 시위대는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88학번 김 모(39)씨도 "1980년대에는 경찰이 무서워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쳤는데, 지금은 시민이 무서워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며 "지금까지 부상자들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에 의해 다친 게 아니라, 경찰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경찰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분위기는 바뀔 조짐이 보이지만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깊어 촛불 시위는 강도를 낮춰 장기화할 전망.
여기에 7,8월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저지 시위 및 노동계의 '하투'와 맞물릴 수도 있어 촛불시위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위 주도 단체들과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검찰은 '축제 형식'의 시위에 대한 대처법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00여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수만 명은 즐기는 식의 시위에 강경대응으로만 맞설 수는 없어 공안 당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