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성숙한 세리씨’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우승 10주년 대회서 예선탈락 아픔

“그래도 팬들이 힘” 일일이 사인응해

“정말 원 없이 잘 쳤어요. 허허.”

US여자오픈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29일 미국 미네소타 주 에디나의 한 한국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난 박세리(31).

그는 2라운드에서 5타를 잃어 중간 합계 8오버파로 예선 탈락한 뒤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박세리가 누구인가. 1998년 이 대회에서 맨발 투혼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키며 92개 홀까지 치르는 연장 접전 끝에 최연소(21세) 우승컵을 안았다. 최근 2년간 공동 3위와 공동 4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 10주년을 맞은 이번에 제2의 영광을 노렸지만 오히려 첫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2.9%에 그쳤고 그린 적중률도 50.0%였을 만큼 샷이 흔들리면서 4타 차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참담한 심정이었겠지만 박세리는 국내 취재진이 앉아 있던 테이블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더니 한국인 식당 종업원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도 성심껏 응했다. 비록 결과는 나빴어도 자신을 성원해 준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한 재미교포는 “아직도 ‘세리 팩’을 기억하는 미국인이 많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대회에는 초등학교 때 그의 영향을 받은 ‘박세리 키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후배들이 내 몫까지 잘해 줬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대회가 많이 남아 있으니 더 지켜봐 주세요. 아직 끝난 건 아니에요.”

한층 성숙해진 박세리의 다짐 속에서 조만간 다시 당당한 발걸음을 보여 줄 거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에디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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