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5월 광화문 네거리의 기존 횡단보도를 네거리 중심의 모퉁이 쪽으로 옮겨 길을 여러 번 건너는 보행자의 이동거리를 줄였다. 네거리와 새 횡단보도 사이에는 횡단보도 전용 '섬'이 설치됐다.
하지만 문제는 각 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횡단보도 전용 '섬'을 거쳐야 하는데, 네거리와 '섬'을 잇는 보도에는 신호등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폭 6m의 이 작은 보도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와, 신호를 받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차량들이 뒤엉키는 위험한 장면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모퉁이에는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 용 칸막이가 우회전 하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추돌 사고의 위험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최근에는 땡볕을 피해 길가 가로수 그늘에서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뀌는 순간 일시에 두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뛰다시피 하는 보행자들이 우회전 하는 차량들과 부딪힐 뻔 하는 아찔한 장면이 종종 속출한다.
이 때문에 광화문을 오가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좀 돌더라도 예전 횡단보도 위치가 낫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매일 출근길에 광화문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회사원 윤 모(40)씨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때도 교통흐름이나 주변과의 조화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선 보행자가 보호받으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횡단보도로 가는 횡단보도'에도 신호등을 설치하거나, 보다 안전한 곳으로 횡단보도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게 광화문 일대를 오가는 시민들의 지적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