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을 달리는 정보기술(IT)의 제품의 광고모델로 이제는 고인이 된 헵번이 선택된 이유는 뭘까. LG전자 측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은 헵번 스타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클래식 아이콘인 헵번을 통해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2006년 미국 패션브랜드 갭(GAP)도 같은 이유로 헵번을 모델로 내세운 적이 있다. 당시 USA투데이는 할리우드 유행코드로 헵번을 꼽기도 했다.
헵번 스타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간결한 블랙 드레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헵번이 걸친 블랙드레스와 진주 목걸이, 긴 장갑, 빅 선글라스는 그 자체로 전설이 됐다. 지방시가 디자인한 이 옷은 2006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8억5000만 원에 팔렸다.
최근 3~4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얼굴을 덮는 선글라스와 납작한 발레리나 슈즈(플랫 슈즈)도 헵번이 오래 전에 유행 시킨 아이템이다.
레깅스 유행의 원조도 따지고 보면 헵번. 영화 '사브리나'의 8부 레깅스와 '퍼니 페이스'에서 춤출 때 입은 검정 레깅스-티셔츠 차림은 너무나 유명하다.
패션은 그 속성상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처럼 유행을 빠르게 찍어내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용어도 생겼다. 헵번 스타일은 그런 패션계에도 클래식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