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들어간 학원비도 한 학기 등록금보다 많았다. 중국어 강좌 2개, 토익 강좌 2개, 컴퓨터 강좌 1개를 듣는데 한달에 50만원 정도 들었다. 방 씨는 "부모님께 계속 손을 벌리려니 죄송스러웠지만 이력서 칸칸을 채우려면 학원에 다니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모(32·연세대) 씨는 행정고시에 거듭 낙방하자 대학원을 다니며 기업에 원서를 넣고 있다. 고시 공부를 하며 한 달에만 학원비 30만원, 고시원비 30만원 씩을 꼬박꼬박 부모에게 받아썼다.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만 하다 보니 영어 회화가 안 돼 1년 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뉴질랜드에 머무는 6개월 동안 약 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송 씨의 결혼 비용으로 부모가 따로 저축한 돈을 깨서 충당했다. 차마 대학원 학비까지 달라고 할 수가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조교 장학금을 보태 학비를 내고 있다.
입사 시험을 보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도 구직 생활이 고달픈 이유다. 방학 동안 부산 고향집에 머문 송 씨가 서울에 시험을 보러 올 때마다 교통비만 10만원씩 깨졌다. 필기, 면접으로 이어지는 시험을 치르다 보니 지난 7, 8월 교통비로만 50여만 원을 썼다.
송 씨는 "어학연수, 대학원 학비를 모두 합하면 1년 동안 벌써 2000만 원을 넘게 썼고 학원비와 시험 응시료만 매달 30만~40만원이 나가 웬만한 회사 연봉만큼 들었다"면서 "빨리 취직을 해야 학자금 대출도 갚고 부모님 노후 준비를 도와드릴 텐데 정말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구직자들은 구직 비용으로 얼마나 쓸까. 본보는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와 8월 29~31일 구직자 960명을 대상으로 구직 비용을 공동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의 65%가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닌 적이 있고 평균 2곳의 학원을 다녔다.
어떤 학원을 다녔냐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토익 토플 등 공인 어학시험 학원'이 41.1%, '외국어 회화 학원'이 37.8%로 구직자들 대부분이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컴퓨터 자격증 학원'(42%), '국가고시나 공무원 시험 학원'(15.9%) 순이었다.
한달 평균 학원비로는 '10만~20만 원이하'를 지출하는 사람이 29.1%로 가장 많았고 '20만~30만 원이하'를 지출하는 사람이 25.2%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10만원 이하'는 20.1%, '50만원 이상'은 9.6%였다.
또 조사 대상자의 17.5%가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연수비용은 800만~1000만 이하를 쓴 사람이 35.7%로 가장 많았다. 1000만 원 이상은 23.2%, 200~400만 원 이하가 16.7%였다.
공인 외국어 시험이나 국가고시 등 시험 응시료로 나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응시 횟수를 모두 합친 응시료를 묻는 질문에는 10만~20만 원이하가 26.1%, 10만 원이하가 22.2% 였고 50만 원 이상도 14.7%나 되었다.
아직 자립하지 못한 구직자들의 구직 비용은 주로 부모들이 부담한다. 학원비나 응시료 등 구직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는지를 묻자 조사 대상자의 42%가 '부모님께 기대고 있다'고 응답했고 '부모님 보조에 아르바이트 비용을 합친' 경우가 27.3%였다. '스스로 벌어서 충당한다'는 답은 23% 뿐이었다.
● 취업도 사교육이 좌우한다?
구직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이력서도 양극화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높다.
5개월 째 구직 활동 중인 신모 (26)씨는 "영어 면접을 준비하려고 1대 1 원어민 과외를 받는 친구를 보면 좌절감이 더욱 크다. 장학금으로 학교는 졸업했지만 집안 형편상 학원을 다니기도, 기업을 골라 갈 처지도 안 된다" 며 하소연했다.
화려한 이력서가 곧 업무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문제다. 때문에 구직자는 구직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교육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한다는 것.
N식품업체 교육 담당자 서 모(35)씨는 "요즘 입사 지원자들은 스펙도 화려하고 면접 준비까지 똑 부러지지만 막상 뽑고 나면 업무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취업 사교육을 많이 받아 시험은 잘 보지만 현업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장서영 연구원은 "기업에서는 인성 등 조직 적응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구직자는 학점이나 영어 점수를 높이려는 공부만 한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동아리 활동 등 대인관계 기술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