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 사이 김 씨처럼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수한 '병적도박 질환 진료인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000년 108명에서 2002년 170명, 2005년 216명, 2006년 475명, 2007년 519명으로 8년 동안 5배 가까이 늘었다.
'병적도박'이란 도박에 대한 욕구가 강해 스스로 도박을 절제할 수 없는 정신장애로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도박을 해야 마음이 안정돼 도박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연령대 별 병적 도박 환자는 2000년 37명에서 2007년 169명으로 늘어난 30대와 2000년 33명에서 2007년 151명으로 늘어난 40대가 가장 많았다. 20대는 2000년 7명에서 2007년 74명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000년 91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계속 늘어난 반면 여성은 2000년 17명, 2003년 21명, 2007년 38명 등 30명 내외 수준을 유지했다.
도박중독 환자의 거주지는 서울이 6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478명 △부산 139명 △경남 88명 △인천 74명 △대구 62명 △대전 56명 △경북 53명 △전북 51명 순이었다.
도박중독자는 대부분 병을 숨기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의 경우 전체 국민의 4% 이상이 도박중독 증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박을 다룬 드라마와 만화들이 인기를 얻으며 도박을 가벼운 오락 정도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회사원 김영훈(35) 씨는 "예전에는 도박을 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영화 등에서 도박을 잘하는 사람이 화려한 이미지로 그려지며 도박을 나쁘게만 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한명이 도박 중독에 빠지면 당사자는 물론 부모. 친인척. 자녀, 동료 등 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며 "병적도박은 심각한 '질병'이므로 도박에 대한 미화를 경계하고 도박 중독 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