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 프랑스 대학생 피에르 프레노(24) 씨가 찾아왔다.
그의 한국 이름은 ‘정문표’. 태어난 지 얼마 안돼 거리에서 발견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생후 6개월 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그 인연으로 2005년부터 세번째 방학이 되면 이곳을 찾아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11일 오전 이곳을 찾았을 때 그는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복지타운 내부를 산책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미는 프레노 씨도, 휠체어에 탄 장애인도 모두 한국어가 서툰 상황. 하지만 그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들의 짧은 외마디를 듣거나 미세한 손동작만 봐도 뭘 원하는지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한국말을 못해도 장애인과 저는 가족과 다름없기 때문에 서로 다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그는 프랑스에서도 장애인 복지시설 봉사활동을 자주 해왔다. 이에 대해 “저 역시 가족들에게 버려진 탓에 입양됐지만 양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대학까지 다닐 수 있으니 그 사랑을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에 있을 어머니와 가족들을 찾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긴장한 표정을 짓다 이내 활기차게 대답했다.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저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 문화도 잘 몰라요. 말과 문화를 몸으로 익히고 난 뒤에 그들을 만나야 충격 받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겠죠.”
장애인 돌보기를 마치면 저녁에 종종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신다는 프레노 씨. 이번 추석엔 잠시 한국 친구의 집을 방문해 가족의 정을 직접 느껴보고 19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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