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지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톡톡 튀는 감초 연기로 사랑받은 탤런트 박철민 씨(41)가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상쇄기금을 기부했다. 탄소상쇄기금이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만큼 자발적으로 기금을 적립해 지구 온난화 확산을 막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
박 씨는 평소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조카의 권유로 '아시안 브릿지'의 착한여행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중 9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탄소상쇄기금을 선뜻 내놓았다.
탄소상쇄기금은 이동거리와 배출계수, 단위환산, 환율 등을 곱해 계산하는 것. 예컨대 자가용으로 왕복 10km를 이동해서 발생한 탄소를 상쇄하려면 33원의 기금을 적립하면 된다. 박 씨의 탄소상쇄기금은 7월 베트남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이용하게 될 항공편의 운행거리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그는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많지 않다"며 밝히지 않았다.
이미 세계적인 록 밴드 '롤링 스톤즈', '콜드 플레이' 등이 탄소 중립적 공연 등을 통해 탄소상쇄 기금 마련에 동참한 바 있고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 참가자 2300명이 1500여만 원의 기금을 기부했지만, 국내 연예인으로는 박 씨가 처음이다.
박 씨는 "탄소상쇄기금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내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알게 됐다"며 "배우로서 받은 사랑만큼 환경 보호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씨가 기부한 탄소상쇄기금은 필리핀 철도부설 사업으로 쫓겨난 빈민들의 집단이주지역인 카부야오 마을에 나무를 심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박 씨는 또 7월 베트남의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경제에 기여하는 '착한 여행'을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과 함께 떠난다. 그는 "그 동안 소비만 하는 편안한 여행을 했는데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참여할 생각"이라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이번 여행이야 말로 진짜 여행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박씨는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를 공연하고 있으며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 유승호, 김소은 등과 함께 출연한다. 박 씨의 뜻에 동참하려면 9일 서울시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장을 찾으면 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