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라” 신형차 위장막 마케팅 ‘찬물’

  • 입력 2009년 5월 9일 16시 26분


자동차 업계에서 시판 전 신형 차량의 디자인은 극비다.

신차 발표회 때까지 최대한 디자인을 숨기고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켜야 마케팅 효과가 크고 판매량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차를 완성한 뒤 실제 도로에서 주행테스트를 할 때에도 사람들이 차종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위장막을 씌우는 게 관례다. 자동차 업체 직원 중에는 위장막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있을 정도.

최근 들어 자동차 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포토샵 등 그래픽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문가급' 누리꾼들이 위장막을 씌운 사진만 보고 상상력을 동원해 신차의 온전한 모습을 합성해 인터넷에 뿌리고 있는 것.

최근 한 누리꾼은 시판 전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후속모델 YF쏘나타의 위장막 사진을 가져다 새 차 모습을 합성해 한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이 포스트에는 "감쪽같다" "정말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외국의 한 자동차 전문 인터넷신문이 '특종'이라며 이 사진을 가져다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버전의 합성 YF 쏘나타 사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합성사진은 '보배드림' 등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된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모여 활동하는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 위장막 주행 테스트 사진 등이 올라오면 '포토샵 고수' 들이 이를 가져다 합성해 다시 게재하는 방식이다. 일부 누리꾼은 아예 "오늘 찍은 사진이다. 합성해 달라"는 요청을 제목에 달기도 한다.

합성은 부분적으로 공개된 사진을 짜깁기 하거나, 모양이 비슷한 타사 차량의 일부를 떼어다 붙이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워낙 솜씨가 감쪽같아 합성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합성 사진이 얼마나 유통되느냐가 해당 차량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현대 자동차의 제네시스가 시판되기 전 자동차 사이트의 게시판은 제니시스 목격담과 위장막 사진, 합성사진 등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 회사의 에쿠스, 기아자동차의 'VG', 포르테, 포르테 쿠페 등에도 합성 전문가들의 손길이 몰렸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때로는 실제 차량 모습보다 디자인이 더 뛰어난 합성 사진이 나와 식은땀이 난다"면서 "신비감이 떨어질 정도의 수준으로 합성 사진이 돌기 시작하면 아예 위장막을 벗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