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한나라 쇄신, 이상득 2선후퇴 수준의 문제 아니다”

  • 입력 2009년 6월 4일 14시 33분


6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소장파 국회의원과 함께 국정쇄신을 주장하는 김용태 의원. 연합
6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소장파 국회의원과 함께 국정쇄신을 주장하는 김용태 의원. 연합
한나라당 쇄신 주장한 친이계 김용태 의원 인터뷰

한나라당의 침체와 혼란이 심상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심 이반 현상은 현격하게 저하된 체감 지지율로 확인될 정도다.

사정이 이렇자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들끓고 있다. 원희룡 의원을 선봉으로 하는 쇄신특위는 물론 '민본21'과 심지어는 친이(親李) 직계들까지 나서 민심 수습을 위한 특단의 대책, 즉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2일 조각 수준의 내각 개편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요구한 친이 직계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 41)을 만나 한나라당 쇄신론을 들어봤다. 김 의원은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기획 일을 도맡아 한 친이계 의원의 핵심. 지난 총선 당시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55인 파동'의 주역이기도 했다.

- 2일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의 서명과 기자회견이 나온 다음날 곧장 이상득 의원이 "정치 현안에서 한 발짝 물러난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우리 기자회견과 실제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 이 의원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된 것 아닌가?

"이 논쟁의 핵심은 그렇게 단순한 수준이 아니다. 그간 누적돼왔지만 표출되지 못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상처)가 되면서 자연스레 급격한 민심이반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적어도 한나라당에서 실질적인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당이 먼저 희생해야 청와대와 정부도 나설 수 있다는 절박함이다."

-'민심이반' 현상을 심각하게 느끼나?

"그렇다. 4.29 재보선 참패도 있었지만 서거 직후 나타난 민심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으면 정권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민심을 먹고 사는 당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 그렇다면 왜 청와대가 제대로 민심을 못 읽고 있을까?

"물론 청와대 입장은 이해한다. 경제문제와 북핵이라는 엄중한 일이 생겼다는 논리다.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는 것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에 직면한다는 얘기다. 거꾸로 힘을 얻어 제대로 일을 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하는 건데…"

- '노무현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나?

"이 죽음이 국민들의 잠재된 심성을 자극했다고 본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드니 '맞아! 노무현이 없는 사람 출신이고, 실패는 했지만 우리 편을 든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정반대로 이 대통령은 '우리 서민편도 아니었고 서민 출신도 아니었다'는 것과 대비시키는 것 같다. 대중 스스로가 피곤한 삶에 대한 위로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한나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무언가?

"아마도 조의(弔意) 수준의 차원이 아니라 이 상황이 시대를 규정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 흐름을 끊고 가야 한다. 먼저 한나라당이라도 엄정한 자기반성과 처절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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