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한 티라노, 사실은 어린 공룡만 공격한 비겁자?

  • 입력 2009년 8월 13일 17시 48분


독일 공룡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일 공룡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장 포악한 육식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가 지금까지 알려진 공격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주로 작고 어린 공룡을 공격해 먹이로 삼은 '비겁자'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T-렉스는 85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까지 약 2000만년 동안 지구상에 생존했으며 다 자랐을 때 무게가 5t가량에 이르는 대형 공룡이다. 공격성이 강한 T-렉스는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도 위압적인 덩치로 사람을 한 입에 먹어 치우는 공룡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 속 이미지와 달리 T-렉스는 무방비 상태에 있는 작고 어린 새끼공룡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먹었다고 중국과학원의 데이비드 혼 박사 등 연구진이 밝혔다.

혼 박사는 "T-렉스 등 과거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공룡이 초식공룡을 먹기 위해 거대한 몸을 맞부딪히며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영화와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론 약하고 다 자라지 않은 개체를 사냥의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혼 씨와 공동으로 T-렉스의 생태를 연구 중인 독일 뮌헨의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 올리버 라우르트 박사는 이 같은 증거가 사냥감이 된 다른 개체 뼈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1억9900만~6500만년 전(쥐라기~백악기) 공룡 뼈 화석을 연구한 결과 죽은 육식공룡의 위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은 동물의 뼈는 대부분 그 양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위 속에 남은 뼈는 크기가 작은 어린 공룡의 것이며 T-렉스의 이빨에 물린 흔적도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어린 공룡의 뼈는 성체에 비해 부드럽고 약해서 위산으로 쉽게 녹일 수 있기 때문에 T-렉스가 먹이를 통째로 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육식공룡의 먹이가 된 초식공룡 등 다른 종류의 공룡 성체 뼈를 조사를 한 결과 물린 흔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혹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자연적으로 치유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육식공룡이 몸집이 큰 초식공룡 등을 이빨로 물어뜯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성체인 공룡은 T-렉스의 공격을 받더라도 쉽게 죽지 않았던 증거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어린 공룡 뼈가 발견된 사례는 매우 드문데 이것 역시 육식공룡이 선호하는 먹이감이 어린 공룡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간다"고 덧붙였다.

미국 메릴랜드대 고생물학자인 토머스 홀츠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T-렉스는 항상 크기만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육식공룡의 섭식 행동을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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