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낭독하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고함치며 피켓을 흔들었다. 당 지도부에서 ‘개회사 직전 일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라’는 행동수칙이 내려왔지만, 강 의원은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이날 본회의 직전 ‘피켓시위 후 집단퇴장’ 방침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온건파의 목소리는 강경파 쪽에 선 원내대표단에 의해 묻혀 버렸다.
▷박상천 의원(전남 고흥-보성)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원내대표단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플래카드 시위가 뭐냐. 유치한 정치는 하지 말자”고 신신당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5선의 박 의원은 1990년대 중반 ‘꾀돌이 원내총무’로 이름을 날렸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민주당의 등원거부와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방침이 팽팽히 맞서 있던 올 6월 그는 “시급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협상을 통해 결론내야 국회의 존재 가치가 부각된다”며 투쟁일변도의 당 노선에 변화를 주문했다.
▷두 의원 말고도 김충조 박주선 의원 등 본회의장 플래카드 시위 방침을 따르지 않은 중진이 여럿 있다. 이들은 ‘MB악법 저지’를 중심축에 놓고 강경 대여투쟁을 이끄는 지도부와 달리 “무의미한 보수 진보 이념 논쟁보다는 민생과 관련해 실용적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내에선 이들의 ‘소신’에 공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대세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 민주당의 한계인 것 같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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