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요인이 적지 않지만 세계경제는 증시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각국이 협조해 재정에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춘 경기부양 정책 덕분이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가 국제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9·15’로 상징되는 이번 사태는 경제 질서와 관점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정부의 역할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에서는 월스트리트의 뉴욕 대신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이 경제 분야에서도 위상이 높아졌다. 과잉 소비보다는 저축의 미덕을 강조하고 제조업과 내수산업을 중시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미국과 달러화의 발언권이 줄어들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대국과 위안화 유로화 엔화의 입김이 커졌다. ‘고성장·저실업’의 시대는 끝나고 ‘저성장·고실업’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1980년대 이후 승승장구하던 신자유주의적 사고(思考)가 퇴조하고, 한물간 것으로 여겨졌던 케인스주의가 부활한 것은 ‘사상의 시장(市場)’에서 영원한 승자란 없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위기의 주범(主犯)이란 낙인이 찍힌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얼마 전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란 이름으로 기세를 올렸다. 지금 각광받는 ‘뉴 노멀’ 역시 상당기간 생명력을 지니는 내용도 있겠지만 ‘정부 실패’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 욕구를 경제 및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서도 지나친 탐욕이 불러올 화(禍)를 항상 경계하는 태도만이 시대 조류와 무관하게 통용될 수 있는 ‘표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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