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생계형 아이돌에서 최고의 대중스타로 변신한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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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9월 20일 15시 53분



포스 넘치는 시대, 포스 없이 성공한 카라(KARA)

어떻게 '생계형 아이돌'은 최고의 '대중스타'가 됐을까?


"2009년은 대한민국 가요사(史)에 새 이정표를 만든 해입니다."

이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의 배후에는 다름 아닌 '걸 그룹'의 대폭발이 자리한다. 올해를 '여성 걸 그룹의 해'라고 명명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에서 미미하게 싹이 텄던 10대 소녀가수들의 득세는 이제는 한국 가요 시장을 접수했을 뿐만 아니라, 한류의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할 정도로까지 급성장했다. 방송계는 완전 걸 그룹 천하가 됐다.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연예프로그램이 이들로 가득 메워졌을 뿐 아니라 이젠 광고계까지 '걸 그룹' 선호현상에 동조화할 태세다. 심지어 아시아 음악팬들 역시 실시간으로 한국 가요계의 걸 그룹 탄생을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파이가 커지자 경쟁의 수위 또한 날로 높아졌다.

올해 시장에 출시되거나 데뷔를 기다리는 그룹만 해도 20여개를 헤아린다. 올초 2NE1과 포미닛이 원더걸스가 떠난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면, 애프터스쿨과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섹시한 걸 그룹의 표준을 제시하면서 팬 층을 대폭 확대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에는 티아라부터 시작해서 에프엑스f(x)라는 다국적 5인조 여성그룹에 이어 19일 HAM이라는 4인조 여성그룹이 출시됐고, 레인보우라는 7인조 여성 그룹까지 출시를 대기 중이다. 최근 걸 그룹은 5인조를 기본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가요시장에서 활약하는 여성 아이돌만 100여명이 넘는다는 얘기가 된다. f(x)의 막내 설리는 1994년 생으로 이제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하다. 연습생까지 합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한마디로 가요계에 '걸 그룹 산업'이 탄생한 셈이다.

▲그룹 카라.  ☞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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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의 성공 거둔 카라, 폭주하는 CF

그렇다면 뜨거운 격전지로 돌변한 여성 그룹 전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과를 거둔 팀은 누구일까? 상당수 가요계 관계자들과 연예부 기자들은 '올해의 걸 그룹'으로 카라(KARA)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확한 지표로 구분할 수는 없기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우선 외형으로만 따지고 보면 올해의 여성그룹이라면 '소녀시대'를 선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SM의 치밀한 기획력은 무려 9명이나 되는 캐릭터를 모두 독립시켜 성공시키는 괴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원더걸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음악성 높은 아이돌'의 자리는 2NE1이 차지했다. 선배 여성 그룹들의 섹시한 전통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최근 '아브라카다브라'로 완벽하게 계승했다. 심지어 댄스라면 '포미닛', 여성미로 말하자면 '티아라'가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왜 카라일까?

2008년 여름 Rock you로 재데뷔를 한 카라는 지난해 말 내놓은 '프리티걸'과 '하니'에 이어 2009년 여름 2집 앨범에서는 '워너'와 '미스터'를 연달아 음악순위 1위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엔 카라의 'Mr.(미스터)'가 태국 가요순위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한류스타로 까지 발돋움한 상태. 소녀시대와 더불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얼굴을 많이 등장 시킨 걸 그룹이란 평가는 물론이고, 여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CF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데 성공했다.

대중들의 인식과 달리 광고계는 "마니아층에 한정된다"는 이유로 소녀그룹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카라의 연이은 광고모델 데뷔는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는 일대 사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적인 요인만이 카라를 돋보이게 하는 근본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카라의 성공이 보다 각광받는 이유는 그 의외성과 꾸준함에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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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카라를 주목하는가?

"국내 여성그룹의 '오리지널리티'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양분해 독점한 상태였다. 이 구도를 깬 최초의 그룹이 다름 아닌 카라인 셈이고, 대중은 한 때나마 '짝퉁'인지 의심했던 카라의 선전에 놀라움을 느끼고 박수를 보내는 형국인 셈이다."(문화평론가 최영일)

그룹 '카라'는 2007년 데뷔한 5인조 여성그룹이다. 데뷔한 지 3년지 지난 지금도 평균나이가 19살에 불과해 여전히 아이돌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그룹에 속한다.

우선 카라는 3대 메이저 레이블로 평가 받는 SM-JYP-YG 소속이 아니다. 카라의 소속사인 DSP미디어는 1세대 아이돌인 핑클과 젝스키스를 키워낸 전통 있는 기획사지만 2007년 원더걸스와 거의 동시에 데뷔시킨 카라를 부각시키지 못해 한동안 '2류 그룹'이란 평가를 감내해야 했다.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 여성그룹이 성공하기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카라는 외모나 음악성, 그렇다고 탁월한 기획력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 걸 그룹의 시장을 대폭 확장시킨 주인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카라의 성공은 이후 탄생되는 걸 그룹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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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성공전략 ① 귀여움과 친숙함

"카라는 예쁘면서도 동네 꼬마들 같아서 좋아요."

카라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표적 표현은 다름 아닌 '친근함'이다. 카라는 데뷔 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소녀'의 이미지를 유지한 매우 희귀한 사례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로 대표되는 한국 여성 아이돌에 대한 찬사와 비난은 애당초 '섹시'라는 이미지에 모아졌다. 처음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막대사탕을 들고 등장한 소녀시대지만 어느새 성숙한 여인의 이미지로 돌변했다던지, 중학생으로 데뷔한 원더걸스의 소희가 섹시한 골반춤을 추는 것 등의 '로리타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아시아 음악 팬들은 한국 아이돌의 특징으로 'Sexy'와 'Mature'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일본의 아이돌 그룹이 교복의상을 중심으로 한 '귀여움'으로 승부를 건 것과는 달리 한국은 정반대의 컨셉으로 승부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등장하는 소녀그룹들은 대부분이 '건강한 섹시'를 전면에 내세우며 동년배는 물론 30대 이상의 남성 팬들을 공략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 따지고 보면 최근 걸 그룹의 득세는 10대 또래 이미지를 벗어난 섹시 코드를 근본 요인으로 한다. 팬 층이 30대 이상으로 넓고 두터워지자 광고계에서도 소녀그룹들을 모델로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선순환구조가 갖춰진 것.

그런데 카라는 그런 추세와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30대 남성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 희귀 케이스다. 카라는 초창기부터 '섹시'란 컨셉을 단 한 번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귀여움으로 승부를 건 제2의 핑클에 가깝다. 노출을 최소화 한 형형색색의 유치한 의상을 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기교를 배제한 단순한 리듬감을, 가사 역시도 노골적인 사랑이 아닌 소녀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J-pop을 모방했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이런 소녀적인 취향은 섹시함이 판치는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소속사 윤흥권 팀장은 "애당초 성숙한 이미지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이들이 어렸고 실제 소녀 같았다"며 "여전히 섹시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학 1학년 정도의 이미지를 추구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복장이 귀엽고 노래 가사가 유치하다고해서 '여동생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라라는 브랜드에는 꾸준하게 '친숙한' 캐릭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다른 여자 그룹에게는 없는 '근성(根性) & 방목(放牧)'의 이미지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카라는 밑바닥에서 출발해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 된 희귀 사례다.  ☞ 사진 더 보기
카라는 밑바닥에서 출발해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 된 희귀 사례다. ☞ 사진 더 보기
카라의 성공전략 ② 포스를 버린 빈티?

"카라는 데뷔 초창기부터 대형 밴을 제공받았고 최고의 숙소와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나돌았던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억울했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근성 있는 아이들이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DSP 소속사 관계자)

이제는 손쉽게 가요차트 1위를 넘보고 한류스타로 떠오른 카라지만 아직까지도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생계형 아이돌이란 본업인 가수보다 MC 행사 예능프로 출연 등 활발한 부업활동으로 돈을 벌어 그룹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는 가난함, 즉 빈티를 의미한다. 실제 카라는 2007년 데뷔 직후 발표한 1집의 처참한 실패로 바닥까지 내려가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처럼 대형 기획사의 막강한 투자로 우아하게 데뷔하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는 것.

심지어 리드보컬 김성희 양이 탈퇴하고 후속 음반 계획까지 줄줄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때문에 카라의 얼굴 역할을 하는 승연 양이나 니콜 양 모두 '포스 넘치는 아이돌 스타'로 이미지를 가꿀 여지가 없었다. 고생과 굴욕이 이들 어린 스타들의 이력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2008년 이후 카라는 가요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은 물론이고 단역이라도 마다치 않고 꾸준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특히 생계를 책임진 승연양은 '듣보(듣도 보지도 못했다)'라는 최악의 별명을 얻어가면서까지 특유의 생긋한 표정을 잃지 않음으로써 '귀여우면서도 속 깊은 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애당초 동양의 기(氣)사상에서 시작된 '포스'란 스타워즈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이제는 대중문화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연예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포스'가 된 것이다. 카라는 바로 이 포스를 버림으로써 '친숙한 대중 이미지'를 획득한 여성 그룹이 됐다.

부티나는 이미지의 한승연에게는 고난을 극복한 이미지가 깔려있다. ☞ 사진 더 보기
부티나는 이미지의 한승연에게는 고난을 극복한 이미지가 깔려있다. ☞ 사진 더 보기
카라의 성공전략 ③ 신비감을 버린 어눌함

카라의 근성 방목 이미지는 재미교포인 정니콜(18)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KBS 스타 골든벨 "눈높이를 맞춰요"라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니콜은 어눌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기를 높인 희귀한 경우다.

근래 들어 2PM의 재범군과 같이 한국 연예계에 데뷔하는 재미교포가 늘고 있는데, 니콜양도 6살 때 이민을 갔다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일반적인 연예기획사라면 어눌한 한국어는 숨기는 것이 보통인데 카라의 니콜은 초등생 수준의 한국어를 전면에 드러내 놓는 파격 전략을 선보였다. 단어의 음절을 끊어서 설명하거나 초성-중성-종성을 분리해 설명하는 니콜의 퀴즈방식은 기존의 교포 이미지와는 달리 '엉뚱한 초등학교 여동생'의 이미지를 더한 것.

심지어 카라는 경쟁 여성 그룹들 간의 금기로 꼽혀온 '사교'의 범위를 대폭 확대시키기도 했다.

이제까지 소속사가 다르면 서로 말을 트지 못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카라는 소속사에 무관한 친분과시로 "포스가 없다"는 비판과 더불어 "밉지 않다"는 동정표까지 흡수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카라는 '안티 팬'이 적은 여성 그룹으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카라는 '여신과 같은 포스' 없이도 '노력하는 동네 여동생' 이미지로 걸 그룹의 새로운 전형을 확립한 셈이다.

실제 한 광고 기획사 관계자는 "카라는 다른 여성 아이돌 그룹과는 차별성이 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지도 않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대기만성 스타일"이라면서 "이러한 성실함은 대중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라고 요약한다.

▼ 카라, 영원히 중진국일까?

물론 카라도 최근엔 섹시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한다. 2집 미스터(Mr.)가 대표적으로 멜방끈을 내리고 과도한 엉덩이춤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기획사는 철저하게 "노골적 섹시가 아닌 성숙하는 과정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한다. 그만큼 이제껏 쌓아온 이미지를 깨뜨리기 두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연예부 기자들은 올해의 폭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카라가 의외로 장수하는 그룹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평가한다. 비교 불가능한 캐릭터 성립에 성공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정도의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인 것.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도 없지 않다. 반복되는 스타일과 발전이 없는 음악적 성과로는 카라가 마치 '중진국의 딜레마'처럼 샌드위치 상황에서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카라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가장 단기간에 톱 3안에 진입한 아이돌 그룹이다. 그러나 여전히 선두권은 멀고 후발 경쟁자들은 심하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결국 카라가 장기적인 생존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스타일의 차별화가 2NE1이나 원더걸스처럼 아닌 내용상의 토털 퍼스낼리티를 보여줘야 할지 모른다."(문화평론가 최영일)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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