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인간성 모두에서 100점짜리 동료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이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오죽하면 직장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능력'이 아닌 '인내심'이라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을까.
호주 출신 작가 마이클 스탠포드(Michael Stanford)는 지난달 펴낸 단행본 '인간 같지도 않은 직장인들'(Inhuman Resources)에서 어느 직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꼴통'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들의 특성을 나열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꼴통'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직장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당신에게 실망했어요" 유형
중간 간부급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유형으로 부하 직원을 언제나 지도편달이 필요한 존재로 여긴다.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최상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며 회의에서는 유독 고개를 많이 끄덕이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파악했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낸다.
이들의 문제점은 후배들을 무조건 믿고 격려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 뿐이라는 것. "사무실 문은 여러분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다"고 강조하지만 문은 매번 닫혀 있다. 또한 부하 직원들에게 "너무 자랑스럽다"는 따뜻한 칭찬만큼이나 "이럴 줄 몰랐다. 아주 실망스럽다"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자주 한다.
이런 부류로 평가받지 않으려면 부하 직원들에게 조언을 하기 전 조언인지 혹은 괜한 참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 "내가... 내가..." 유형
자신은 태양이요. 동료들은 태양 주변을 맴도는 행성쯤으로 여긴다. 이들의 명함엔 온갖 직함이 가득하고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자신의 업적을 떠벌이고 다니는 것이다. 회의 시간에 조금이라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내가 어제 생각했던 아이디언데..."라고 잽싸게 숟가락만 올리고 프로젝트가 끝나갈 즈음이면 갑자기 나타나 "드디어 고생이 끝나는구나"라며 자신도 한 몫 했음을 주장한다.
이들은 직장 밖에서도 여전히 태양이다. 운전 중 끼어들기를 할 때는 방향 지시등을 켜지도 않고, 끼어든 뒤 고맙다는 인사도 없다. 미니홈피에는 자신을 찍은 '셀카'만 가득하고 친구도 많지 않다. 가끔 길거리 화가에게 초상화를 부탁하기도 하지만 초상화가 완성되면 만족하지 못하고 화가만 탓하며 돌아선다.
△ "아픈데 겨우 출근했어요" 유형
아파서 쓰러져도 회사에서 쓰러지겠다고 강조하는 이들로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엄살로 회사와 일에 애정을 쏟는다기보다는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경우가 많다.
엄살이 아니라면 손에 화장지를 꼭 쥐고 평소보다 더 많이 복도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몸이 안 좋은데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으니까…"라고 강조할 이유는 없다.
이들에게는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 보다는 진정으로 회사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일단 푹 쉬고 회복되면 출근해 최선을 다하라고 충고하는 것이 좋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해봤자 능률은 오르지 않고 화장지만 축낼 뿐이다.
△ "난 이미 알고 있었지" 유형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난 회의에 누가 늦게 나타났는지부터 옆 자리 동료가 생일에 생크림 케이크를 먹었는지 치즈 케이크를 먹었는지까지 모두 꿰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들의 공통점은 회사 내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밀 사항에 관심이 많으므로 이런 동료가 주변에 있다면 문서를 버릴 때는 더욱 신경써야 한다. 이면지나 재활용 통도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
소문도 놓치지 않는 편이라 구조조정 등 심각한 일이 벌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반긴다.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해두고 일이 벌어지면 "난 이미 알고 있었지"라며 비아냥 거린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단 사실은 본인에게 위안은 될 지언정 마련해 둔 대책은 없다.
△ "나 실은 괜찮은 사람이야" 유형
직장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동시에 가장 해로운 유형으로 뒷담화를 즐기는 유형이다. 술자리에서 잠시 뒷담화를 하는 것을 넘어서 이메일로 험담을 하기도 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타인을 깎아내리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돋보인다는 착각이다. 학창 시절에 고자질을 자주 하던 학생이 이런 유형의 직장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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