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모델을 골라 선택사양을 더해 견적을 뽑아보니 그랜저보다 오히려 값이 비쌌다.
문씨는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게 현명할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새 차는 기존 차량 보다 값을 올려서 나오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차량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부 그랜저 쏘나타 보다 싸다
그랜저의 가격은 2643만원부터. 2400cc 엔진을 장착한 Q240 기본형이 이 가격이고 Q240 디럭스는 2801만원, 2700cc 엔진을 쓰는 Q270은 디럭스가 2890만원, 럭셔리는 3127만원이다.
쏘나타는 가장 싼 모델이 1960만원이며 고급형은 2315만원, 프리미어 고급형은 2490만원이며 톱 최고급형은 2785만원, 가장 비싼 스포츠 모델은 2820만원이다.
가격표상으로는 쏘나타 톱 최고급형과 스포츠 두 모델이 그랜저 Q240 기본형, 디럭스와 같이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9월 판매조건을 보면 그랜저의 경우 90만원 기본 할인을 해주며 생산된 지 2, 3개월 된 차량은 최고 100만원까지 더 깎아준다. 새로 나온 쏘나타는 할인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랜저 Q240 기본형을 쏘나타의 중간급 모델 정도인 2453만원에 살 수 있는 것.
호화 옵션이 대부분 달려 있는 그랜저 Q270도 쏘나타 톱 최고급형(2785만원)보다 싼 27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새로 나온 쏘나타가 기존에 없던 옵션이 있지만 두 차량의 편의사양은 불편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차체 크기는 비슷하지만 성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쏘나타 값에 살 수 있는 그랜저의 엔진 배기량은 2400cc~2700cc. 이에 반해 쏘나타는 2000cc 엔진을 쓴다.
그랜저 Q240은 최고 출력 179마력, Q270은 195마력을 낸다. 쏘나타의 최고 출력은 165마력이다.
같은 속도에서 보다 큰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되는 비트는 힘인 '토크'는 쏘나타가 20.2㎏·m인 반면 그랜저 Q240은 23.5㎏·m, Q270은 25.6㎏·m이다.
차 무게는 그랜저 Q240이 1565㎏, Q270은 1577㎏. 쏘나타는 1410㎏으로 그랜저 보다 가볍지만 엔진 성능의 차이로 쏘나타를 운전하면 다소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디자인은 쏘나타가 스포티하지만 실제 성능은 그랜저가 스포티한 셈.
변속기는 두 차량 모두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연비를 나타내는 L당 주행거리는 쏘나타가 12.8㎞, 그랜저는 Q240이 11.3㎞, Q270은 10.6㎞다.
24일 전국 평균 휘발유값 1668원을 기준으로 1년에 2만㎞를 주행할 경우 연료비는 쏘나타는 월 21만7000여원, 그랜저 Q240은 24만6000여원, Q270은 26만2000여원으로 쏘나타가 월 3만~4만5000원가량 연료비가 절약된다.
●기다리기 싫으면 그랜저
쏘나타는 하루 생산량이 600여대 수준으로 지금 계약하면 2달 이상을 기다려야 차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이에 반해 그랜저는 재고가 충분해 2, 3일이면 차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영업소 과장은 "쏘나타가 신차이긴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과 실제 가격대비 가치 등을 고려해 고객들에게 그랜저를 권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반대로 그랜저 구입을 고려했다가 쏘나타로 마음을 바꾸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값이지만 선뜻 그랜저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쏘나타가 신형이어서 보다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랜저'라는 브랜드가 갖는 상징성 때문.
최근 쏘나타를 계약한 최 모 씨(37·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나이 어린 사람이 그랜저 몬다'는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어 비슷한 값의 쏘나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랜저와 쏘나타를 두고 하는 고민은 돈 보다는 사회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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