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일렉트릭(GE) 출신으로 작년 9월 공모로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된 이채욱 씨는 공기업 조직 문화에 대해 “일 많은 사람은 툴툴거리며 불만스럽게 일하고, 일이 적은 사람은 아무 일 안 하려 한다”며 꼭 공산당 같다고 말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고 약속한 공산 국가들은 거의 다 망했지만 공산당 같은 문화를 가진 우리 공기업은 끄떡도 없다. 그 생존 비결은 바로 강성투쟁을 통한 기관장 길들이기다.
▷외환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했던 김대중 정부는 당초 구조조정이 필요한 공기업은 모두 민영화시키겠다며 ‘세일 코리아’정책을 부르짖었다. 11개 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골랐고 이중 8개 기업을 매각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공기업 정책 방향을 180도 틀었다. 남은 3곳의 민영화를 포기하고 되레 공기업 덩치를 키웠다. 공기업 민영화가 후퇴한 것은 목소리 큰 공기업 노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머리에 붉은 띠를 맨 공기업 노조와 거의 한편이었다.
▷공기업에는 노(勞)는 있지만 사(使)는 없다. 공기업이 아니라 ‘노영(勞營)기업’이다. 한전네트워크 등 3곳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한 서사현 씨는 “사장 외에는 아무도 노조와 대립할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노조와 담합해서 탈법 단체 협약을 맺는 곳이 더 많다. 근거 없는 수당 지급, 자회사로 간 직원에게 명퇴금 주기 등 공기업의 흥청망청 사례는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얼마나 밀고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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