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추석 명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일 12시 07분


"오우, 말도 안돼. 미국이 우리를 1-0으로 이겼다고?

1950년 영국의 한 신문사. 해외 소식은 텔렉스를 통해 짧은 문자로 전송되던 시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날아온 '잉글랜드, 미국에 1-0으로 패배'라는 전문을 받은 영국 신문사 편집자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 2조 경기에서 '축구 종주국' 영국을 대표하는 잉글랜드축구대표팀이 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의 축구대표팀에게 1-0으로 졌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을 접한 영국 신문들 중 일부는 '1-0패'는 잘못 된 뉴스로 보고 '잉글랜드 1-0 승'으로 고쳐 보도했다.

미국의 일부 신문은 한 술 더 떴다. 미국 신문 중에는 미국이 져도 크게 졌을 것으로 자체 판단해 '1-0 패'도 아닌 '미국의 10-0 패'로 오보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의 신문들이 희대의 오보를 할 정도로 미국이 잉글랜드를 꺾은 것은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변으로 꼽힌다.

당시 축구 종주국으로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대회를 외면해 오다가 1946년에야 FIFA에 복귀한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4개 대표팀 중 가장 강한 잉글랜드대표팀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시켜 우승을 노렸다.

반면 야구 농구가 성행하고 있던 미국은 축구에 관한한 영국보다 한참 아래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선수들은 체격이 크고 '육상 선수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빠르고 잘 뛰었다. 미국축구대표팀은 이런 큰 덩치와 강력한 체력을 앞세워 영국축구를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59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FIFA 랭킹에서 203개국 중 11위(잉글랜드는 7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강팀으로 성장했다.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20세 이하) 축구선수권 대회.
C조 예선에서 1무1패를 기록 중인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이 예선 최종전에서 미국(1승1패)과 만난다.
한국은 무조건 미국을 꺾고 1승을 올려야 16강에 진출한다.

미국은 2차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4-1로 눌렀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누구도 이변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로 미국은 강팀이었다.
미국축구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빠른 플레이가 전매특허. 여기에 다민족 국가답게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계가 조화를 이루며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청소년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토니 테일러를 축으로 한 공격진과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미국의 플레이가 위협적"이라며 "이에 대한 방어책과 함께 우리 공격진의 골 결정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역대 청소년대표팀 간 전적에서 한국은 3승1무1패로 앞서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기는 3일 오전 1시45분(한국시간) 열린다.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앉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추석 명절을 맞아보자.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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