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나가사키 올림픽 도전, 벌써 ‘삐걱’

  • 입력 2009년 10월 13일 16시 29분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와 나가사키(長崎) 시가 본격적인 경쟁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혔다.

아키바 다다토시(秋葉忠利) 히로시마 시장과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은 11일 히로시마에서 두 도시의 올림픽 공동유치를 위해 올림픽유치검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길버트 펠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담당국장은 이와 관련해 "올림픽 헌장은 한 도시에서 개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공동개최는 인정할 수 없으므로 현재로선 '안 된다'는 것이 대답"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펠리 국장은 그러나 "어느 한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나머지 다른 도시에선 축구 예선전을 치르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IOC가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중 어느 한 곳을 대외적인 개최지로 명시하고 경기를 분산해 열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두 도시가 핵 폐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역사상 단 둘뿐인 피폭지라는 점을 내세워 올림픽 공동유치를 추진한 상황이어서 어느 한 도시만 나설 경우 개최 의미에 대한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질 전망이다.

한편 후지타 유잔(藤田雄山) 히로시마 현지사는 히로시마 시가 사전에 현 측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나가사키 시와 함께 올림픽 유치전에 나선 것을 비판했다고 일본 TBS가 13일 보도했다.

후지타 지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두 시장만이 일을 추진하면서 시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그런 일을 무턱대고 저지른 것은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후지타 지사는 또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잠그기 시작하면 끝까지 맞출 수 없다"면서 "지금으로선 히로시마 시는 (더 큰 지방자치단체인) 현의 협력이 전혀 필요치 않은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 13일 나가사키 시의회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다우에 시장이 올림픽 공동유치에 관해 설명한 자리에서도 시의원들이 예산부족과 갑작스런 결정을 두고 비판이 잇따랐다고 TBS는 전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올림픽 공동유치 추진은 같은 아시아권이라는 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한국으로서 돌발 변수가 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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