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위산업체인 삼성탈레스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옷 속을 투시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카메라 '미래(MIRAE)'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카메라를 이용하면 옷 속에 감춘 권총이나 폭발물을 식별할 수 있다. 또 안개가 심하게 낀 지역이나 화재가 발생한 공간, 천막 같은 장애물에 가려진 물체도 찍을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나 일반(가시광선) 카메라에는 이런 투시 기능이 없다.
밀리미터파는 파장이 1~10mm이며 주파수가 30~300기가헤르츠(GHz)인 전자기파를 가리킨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보다는 파장이 길고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보다는 파장이 짧다.
밀리미터파 카메라는 물체에서 방출되는 열잡음 중 밀리미터파 대역만 수신한 뒤 이 잡음 신호를 증폭해 영상을 만든다. '미래'는 이 중 94GHz 대역의 밀리미터파만 수신한다. 삼성탈레스는 밀리미터파를 모으는 지름 50cm 렌즈와 이를 영상으로 처리하는 길이 2mm 칩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삼성탈레스 미래기술팀 정민규 전문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는 미국 벨로시움사의 칩 보다 크기가 작고 성능이 뛰어나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투시 능력을 지녔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도 밀리미터파 카메라의 특징이다. 레이더가 물체를 향해 마이크로파를 쏜 뒤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정보를 얻는 반면 밀리미터파 카메라는 물체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밀리미터파만 수신해 영상을 얻는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이미 일부 공항에서 밀리미터파 카메라를 보안검색에 사용하고 있다. '미래' 역시 앞으로 2년간 시험 기간을 거친 뒤 공항 검색대나 군부대 등 주요시설의 출입문에 비치될 예정이다. 삼성탈레스 김용환 상무는 "밀리미터파 카메라 시장은 향후 5년간 2360억원에 이르는 큰 규모를 이룰 것"이라며 '미래'의 수출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삼성탈레스 측은 '미래'를 무인로봇에 탑재할 수 있도록 크기를 확 줄여 악천후에서 병사를 대신해 전장을 감시하게 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